화 분 에 물 주 기115 강은교, 사랑법 떠나고 싶은 자떠나게 하고잠들고 싶은 자잠들게 하고그리고도 남은 시간은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또는 하늘에 대하여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흐르지 않는 강물과누워 있는 구름,결코 잠깨지 않는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쉽게 흐르지 말고쉽게 꽃피지 말고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떠나고 싶은 자홀로 떠나는 모습을잠들고 싶은 자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그대 등 뒤에 있다. 강은교, 사랑법 2012. 10. 28. 김훈, 아날로그적 삶의 기쁨 아날로그적 삶의 기쁨김훈 한평생 연필로만 글을 쓰다 보니, 잡지사 편집자들로부터 눈총을 받고 산다. 아무래도 컴퓨터로는 글이 써지지 않는다. 컴퓨터를 배우려고 한 번도 노력해 본 적이 없다. 그 물건의 편리함을 모르지는 않지만, 그 누르면 나오는 물건을 볼 때마다 왠지 나하고는 인연이 없는 것 같아서 나는 컴퓨터 배우기를 포기해 버렸다. 팔자에 없는 짓은 원래 하지 않는 게 좋다. 연필로 글을 쓰면 팔목과 어깨가 아프고, 빼고 지우고 다시 끼워 맞추는 일이 힘들다. 그러나 연필로 쓰면, 내 몸이 글을 밀고 나가는 느낌이 든다. 이 느낌은 나에게 소중하다. 나는 이 느낌이 없이는 한 줄도 쓰지 못한다. 이 느낌은 고통스럽고도 행복하다. 나의 몸의 느낌을 스스로 조율하면서 나는 말을 선택하고 음악을 부여하고.. 2012. 10. 28. & 2012. 10. 28. -도스토예프스키, <죄와 벌> 중에서 모두들 자기 견해에 대해서 얼마나 겁쟁이들인지 당신은 상상도 못할 겁니다. -도스토예프스키, 중에서 2012. 7. 8. D기업의 TV광고 카피 "잘못을 인정하는 사람만큼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요?실수를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이어떤 약속도 지켜낼 수 있는 사람,우리가 믿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정직과 용기를 보여주는 사람만큼미래를 맡겨도 좋은 사람은 없습니다" D기업의 TV광고 카피 2012. 7. 8. -이상, <권태> 중에서. 나는 최 서방의 조카를 깨워가지고, 장기를 한 판 벌이기로 한다.최 서방의 조카와 열 번 두면 열 번 내가 이긴다. 최 서방의 조카로서는, 그러니까 나 와 장기를 둔다는 것 그것부터가 권태다. 밤낮 두어야 마찬가질 바에는 안 두는 것이 차라리 나았다. - 그러나 안 두면 또 무엇을 하나? 둘 밖에 없다.지는 것도 권태이거늘 이기는 것이 어찌 권태 아닐 수 있으랴?열 번 두어서 열 번 내리 이기는 장난이란 열 번 지는 이상으로 지싱거운 장난이다. 나는 참 싱거워서 견딜 수 없다. 2012. 7. 8. 이전 1 ··· 11 12 13 14 15 16 17 ··· 2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