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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록 색 다 이 어 리/가 족

취하시오

by 두치고 2014. 12. 8.


항상 취해 있어야 한다. 핵심은 바로 거기에 있다. 이것이야말로 그대의 어깨를 짓누르고 그대의 허리를 땅으로 굽히게 하는 무서운 시간의 중압을 느끼지 않게 하는 유일한 과제이다. 쉬지 않고 취해야 한다.
무엇으로냐고? 술, 시, 혹은 도덕, 당신의 취향에 따라. 하여간 취하라.
그리하여 당신이 때로 고궁의 계단이나 도랑의 푸른 잔디 위에서 또는 당신 방의 삭막한 고독 속에서 취기가 이미 줄었든가 아주 가버린 상태에서 깨어난다면 물으시오. 바람에게, 물결에게, 별에게, 새에게, 벽시계에세, 달아나는 모든 것, 탄식하는 모든 것, 구르는 모든 것, 노래하는 모든 것, 말하는 모든 것에 물으시오. 지금 몇 시냐고. 그러면 바람은, 별은, 새는, 벽시계는 대답하리다. "지금은 취할 시간이다! 당신이 시간의 학대받는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취하시오. 쉬지 않고 취하시오! 술로, 시로, 또는 도덕으로, 당신의 취향에 따라."




보들레르의 짓걸임을 주어들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인생은 혼자이기 때문이고

그 고통을 오롯이 느끼고 직면하기에는 

취한 상태가 좋은 것일테다


초등학생이 되어도 오줌을 못가리던 어린이

아프다고 소리쳐도 아무도 구해주지 않던 날들 

무관심에 방치된 어린 시절로 자꾸 돌아가 눈물을 흘리고 싶진 않은데

속없는 인간은 우습다고 무용담을 늘어놓으니

자신들이 곤란하고 힘들었던 것을 알아달라는 것이지

그 어린이를 이해하고 사랑할 줄 몰랐던 사람들이지

키운 것 자체를 사랑이고 위대함이라고 한다면 

내가 아직 자식새끼 키우는 것을 모르나보다

그저 지 새끼 성화에 못이겨 굴러들어온 혹덩어리 

대충 굴리면 된다고 생각했겠지

기억하지 못한 과거를 들춰내주었는데

그들의 기억 속에 나는 여전히 재해석이 불가능하다

딱 그정도의 존재

그것으로부터 오는 불안이 그랬다는 것을 조금이라도 헤아려줄 수 있는 사람이 왜 없었을까


이틀 전부터 어설픈 모습으로 주사를 꽂던 아빠의 모습이 아른거려 하루를 끝내기가 어렵다

내일이 오면 징그러운 듯이 일상으로 흡수되어져야 

이 정글을 살아 남을 수 있을텐데

정신을 똑바로 차리면 내가 해야할 것이 분명히 보이는데

내가 책임져야 하는 것들과 그 감정들, 마음이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진정한 위로를 받지 못하고

가장 그 책임을 나눌 수 있을 법한 사람들을 하나 하나 떠올릴 때

어느 하나 그 마음을 진정 나누는 사람이 없으니


왜? 청소를 한다는 미친 소리를 하고 아버지를 혼자 두게 했는지

도대체 주말인데 왜? 아버지 곁에 안갔는지

왜? 나한테 해줄말이 다 자초한 일이라는 말 밖에 없는 것인지

왜? 그렇게까지 이야기할 필요가 있나 간단하게 이야기해라고 하는지

왜? 힘들겠다 힘내라 는 말을 진심으로 하지 않는지

왜? 내일 연락한다고만 하는지

왜 도와줄 수 있으면서 도와주는 척만 내앞에서 하고 진정으로 도와주지 않는지

왜 진심이 없는 걱정하는 척을 하는지


사람들에 대한 더 큰 원망이 나의 새벽을 잠식 할때

노트북을 키고 무엇에 취할지를 

그리고 무엇을 덜어 낼 지를 

그리고 나는 이 고통과 어떻게 함께 걸어갈지를 고민한다



두가지 방법이 지금은 떠오른다

그 책임과 그로인한 고통 그리고 취기를 같이 가져가던지

아니면 그 책임을 버린 고통과 취기를 같이 가져가던지


전자는 아주 높은 도수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책임으로 부터 오는 고통보다 .  가장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받는 고통이 더 극심 하기 때문이지

사실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후자이지

그것과 친구가 되기 위해선 취해야 하는 것이지

그 고통은 그 한 모습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는 그런 그들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을 이해함으로써 외로워 지는 것이다 ....... 그렇게 이해하고 이해하면 알수는 있다. 이해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그게 최악 중에서 가장 할 수 있는 최선이니까. 이해한다고 해서 고통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이해하기 때문에 더 고통스러울 수 있다. 




취하라는 그 세마디에는 고통을 해방시켜주는 깊은 위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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