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찾은 익숙한 골목, 익숙한 풍경들이 주는 아듯한 그리움에 젖었다. 그리움은 나를 과거로 데려 놓아 분명, 이상하게 생긴 이 책상에서 새벽 해가 뜰 때까지 글을 쓰곤 했던 과거의 나로 돌아오게 하였나 싶다.
내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누군가가 사라질 빈자리를 또 그리며- 그럼에도 어디서나 느껴지는 쓸쓸함으로 사뭍 철 지난 선풍기의 모습을 쳐다보고 앉아 있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많은 시간이 흐를테다. 그렇게 과거가 되고, 추억이 되고, 익숙했던 것들이 낯설어 질테다. 그렇게 흔적을 쫓으며 잊혀진 것들을 주워담고, 지나간 계절의 뒷모습을 기다릴테다.
그래서 그 기다림으로 지친몸에도 쉽사리 잠들지 못하는 밤이다. 낯설어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으로 하나, 하나에 담긴 기억들을 더듬어 본다. 너무나 하찮은 잡동사니들에도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숨쉬고 있다. 이 방을 가득 채운 하나 하나의 물건들이 내가 살아 왔음을 증명해주고 있다... 8살, 9살 때 너무나 갖고 싶었던 루비 인형도, 개구리 해체 실험 하던날 구토를 유발했던 실험실의 비릿함이 담겨있는 과학책도, 3살 되던 해 꾸욱 찍어 담아 놓았던 손바닥도, 먼지 가득 쌓인 레포트들도, 부러진 책장까지. ㅋㅋ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붙잡고 싶다. 변하는 것은 괜찮다. 변해서 좋아진 것도 있다. 우리는 변했기 때문에 예전보다는 더 가벼운 마음으로 또는 더 감사한 마음으로 같이 밥을 먹을 수 있었다. 그래도 세상에 떼를 쓰고 싶은건, 사라지는 것에 대한 것들에 대한 것일테다. 사라지기 때문에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건가? 그러기엔 인간이 너무 어리석은 것 같다. 타성을 거스르는 하루, 하루를 살아감으로도 충분히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데. 언제나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는 것이니까. 여정이기에,,,반복될 수 없는 시간인 것이니까.
사랑하는 것들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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