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 렁 이 의 길/인 권 활 동 기 록 - 1 2 ~ 2 3 년

뒷모습

by 두치고 2013. 8. 19.

돈까스를 먹을까, 라볶이를 먹을까 고민하며 골랐던 메뉴들 사이로
지난 번 한강 멤버가 모였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훌쩍 두시간이 지났다. 보여지는 눈빛으로 들리는 언어로 서로의 생각을 같이 공유했던 지난 5개월. 약 6개월의 시간들에 테이블에 네모낳게 둘러 앉아 있는 한 분 한 분이 소중했다. 함께하며 미울때도 있었고 화날 때도 있었다. 앞으로도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순간들은 조금만 이야기를 나누어도 흩어져버리는 편린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냥 너무나 소중하고 감사한 존재들이다.

난센에서 배웠던 것들 -주연씨가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났던 시간들을 이야기하는 눈동자에서, 영아씨가 난센에 실망한 것들을 말하는 목소리에서, 한나씨가 만났던 케이스들을 들려주는 보지못한 제스츄어에서 그들에게 사랑스러움과 고마움과 남은자로의 오만ㅡ설움ㅡ이 번졌다. 그들과 함께 한 시간은 기차역을 타고 스친 간이역 처럼 그렇게 지나갈 것이다. 그렇게 지나면 한 없이 멀어져갈 시간들임에도

함께 한 시간들이 마치 영원인 것 처럼 마음 속 깊이 찾아올 때면 찾아올 이별에 눈가가 시리다. 그들을 껴안고 꺼이꺼이 울고 싶다. 너무나 고마웠다고..

(함께 나누었던 이야기들의 주제는 ; 인턴에 대해서-'난센에서 인턴으로 일한다는 기회는 정말 모두에게 열려 있는 것인가? 그들의 현실적인 삶의 지속을 위한 적절한 보상과, 그것 뿐만 아니라 주연씨가 느꼈던, 난센에서 일하면서 '노동자'로써의 느낌이 더 컸던 부분에 대한 이야기ㅡ이 이야기를 들으며 한탄했다. 국장님을 원망했다. 결국 한 활동가로서 얼마나 인정을해주었는가는 그들의 평가에서부터 갈리는 것 같다ㅡ/국장님의 사가치와 설득 방법, 그에 대한 존경이라는 것에 대해서/난센의 6개월 간격으로 격변했던 시간들 그리고 그를 토대로 예상되는 앞으로의 일들에 대해서/ 그동안 만났던 난민분과의 관계에대해서 그 관계의 정의와 성격 또는 정체성에 대해서/ 그리고 그동안 활동을 통해 느꼈던 것들, 실망 또는 만남으로부터의 교훈, 또는 지친 점/나에 대한 앞으로의 기대와 난센의 잠재성 등..)

어쩌면 그동안 가까이 있었기에 하지 못했던 말들을 토로하며, 그 속에서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는 서로의 지점은 있지만(그동안 함께 해온 시간들과 그것으로 인해 '그것이 그들이 느꼈을 때 미세하게 느껴질 지라도'나는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며.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들이/또는 그가 만들어간 시간들 속에서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고 그 어떤 변화도 이루지 못했다는 생각에는 동의 하지 않는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함께 했떤 사람으로써 참 슬프고 섭섭한 것 같다. 내가 나이브 한 것일지도 모르지. 그래도 난 동의하지 않는다. 분명 변화는 있었다. 그리고 나는 믿는다. 계속 함께 했다면, 분명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는 지점은 좁혀질 것이라는 희망을 믿고 있다.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끝까지 함께하지 못한 것은 나에게는 남아있는 사람으로써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ㅡ결국 역사는 남아 있는 자들이 만들어 가는 것ㅡ)  그럼에도 함께 나눌 수 있는 추억이/시간이 있다는 것. 그들의 뒷모습에서 무한한 용기를 붙이고 싶다.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한 동안 이곳에 서 있을 것이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