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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렁 이 의 길/인 권 활 동 기 록 - 1 2 ~ 2 3 년

눈물의 무게

by 두치고 2015. 12. 15.

올 때마다 회색 기운이 느껴지는 서울출입국사무소 별관

그녀를 기다렸다

 

날씨가 춥다

별관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4개, 혹여나 추운데 기다리시는 것은 아닐까

출입구를 번갈아가며 그녀를 기다렸다

 

하나하나 입구를 돌아가며 확인할 때마다

내가 일찍 도착해 기다리는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입국 사무소의 출입구는 이 세계의 또 다른 경계

그 곳에 서 있으면 찾는 다양한 사람들을 스치게 된다

그리고 특유의 일관된 눈빛ㅡ이런 곳에 왜 서있나. 당신은 누구인가.를 규명하고자 하는, 답이 없는 질문을 갈구하는 듯한 눈빛(이는 마치 출입국을 찾은 그들의 심리를 대변하는 것 같기도하다)ㅡ을 받게 된다

 

그런 눈빛들을 느끼다가 다시 적막이 찾아올때면 그녀의 삶을 더듬어 보았다

무국적. 무국적.

무국적. 이 세글자를 되내이며 도저히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삶. 세계 라는 생각이 들려던 때

 

택시에서 예쁜 어머니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우리는 오늘 처음만났고 전화도 두 번 밖에 하지 않았는데

나도 모르게 그녀를 보자마자 그녀의 손을 잡게 되었다

손이 차갑다.

차가운 손 데워지도록 민원실까지 꼭 잡고 올라가니

 

펼쳐지는 출입국 세계

 

 

무국적자이기에 설명되어지기를 더욱 요구 받는다

설명이 되어지지 않는 것까지도

설명을 해내야 한다

 

 

민원실과 우리사이를 가로 막고 있는

두꺼운 아크릴 판이 우리가 속한 같은 세계를 분명히 분리해냈다

단호하고 분명한 아크릴 판

그 너머로 난 구멍들에 서로 입술을 가져다가 설명해낸다

당신의 세계는. 우리의 세계는. 이렇다고

 

설명해내는 지난한 과정

아크릴 판 너머 눈을 맞추고 있는 그 또한

누군가의 아버지 일 것인데

왜 우리는 이렇게 높은 벽을 사이에 두고 설명해내야 하는것일까

 

 

어쨌든 그녀와 나는 기다렸고 설명해 냈고

한 단계 두 세상의 간격을 좁혀

그녀가 귀화신청을 해볼 수는 있게되었다.

 

 

 

그렇게 일단락 되고 난 후

나는 무엇인가에 이끌리듯 민원실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그녀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의 무게를 다 이해할 수 없겠지만

느꼈다.

 

 

 

정교하고 치밀하게 짜여진 어떤 구조 -보이지 않는 것을 포함하여. 아니 대부분의 것들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가

한 인간을 얼마나 ........

 

 

........................

나는 그저 두 볼에 흐르는 물을 닦고

등을 두드리고 손을 잡는

그리고 잘 해결될 것이라고 막연하게 믿을 수 밖에 없는

 

 

.............

 

그녀의 눈물의 무게를 가슴에 안고 활동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