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에 허니와 류와 같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서로가 왜 난센에서 활동하고 있는지, 난센에서 어떤 꿈을 꾸는지, 난센이 어땠으면 바라는지와 같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류의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이 났다
내가 여러번 들었던 이야기였다.
그래도 오늘은 류가 더 자세히 이야기를 해줘서 그런걸까?
류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
자신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이야기 들을 들으며
내가 류에게 하고 싶었던 말은
당신은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어찌 그동안 살아온 세월을 내가 가늠할 수 있으랴
그의 일부만 들었을 뿐인데..
아직도 나는 그를 다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오늘 들려준 이야기만으로도 류가 많이 아팠던 사람이고, 그것을 여러 사람의 사랑을 통해 극복했던 사람이고 또 다른 사람을 사랑하려 했던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몇번이고 들었던 이야기인데도, 다시 들었는데 처음 듣는 이야기 처럼 느껴졌다. 그녀의 이야기들은 불과 몇 년전의 이야기였는데.. 나는 그녀를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기대하기만 했었다는 생각이 들기도하고.. 그녀의 이야기 속에서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그런 과정 자체가 참 소중한 시간이었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녹슬어 있던 수도꼭지를 열어 녹슨 물을 빼내는 것 처럼, 내 마음이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엉엉 울었다.
엉엉
엉엉
ㅠㅠ
우리가 가장 먼저 나누어야할 이야기들이 이런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어떤 꿈을 꾸냐, 무엇을 개선해야한다고 생각하냐? 이런 이야기들보다 훨씬 더
이런 이야기들이 그 사람을 이해하는데 필요하고 소중하다고 생각했다. 류의 이야기만으로도 내가 치유되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류가 경험했던 것들을 아빠는, 엄마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겠지. 라고 생각하니까 눈물이 났다. 고일해도...
그리고 류에게 들었던 것처럼, 허니에게도 허니가 살아온 인생을 듣고싶다고 생각했다.
나도 그들에게 내 인생을 나누고 싶다고 느꼈다.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억울함이 많이 쌓여있었나보다. 나 혼자 일기를 쓸때는 그리 울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오늘 류와 허니에게 난센에서의 그간 일을 이야기하는데 나도 모르게 억울하다는 감정이 올라왔다. 시간이 갈 수록 새로온 활동가에게 내가 난센에서 경험했던 과거에 대해 솔직하게 말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아지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펑펑 울고나서 NPO지원센터에서 한시간 가량을 퍼잤다. ㅎㅎㅎ 울고나니 잠이 더 잘왔다. 쿨쿨
그리고 컨설팅 모임이 진행되었다.
오늘이 두번째 모임이었다. 첫번째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이 모임은 내가 가지고 있던 불안들을 덜어주는 시간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오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스스로가 했던 이야기들을 되돌아보니, 나는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기보다 그냥 불안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내가 걱정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난센도 나에게 그런 것을 요구하는게 아닐 수도 있는데 말이다.
그동안 활동하며.. 난센이 안정적으로 굴러갈 수 있게 하기 위해 여러 논의와 시도를 해왔었다. 그리고 그동안의 노력들은 실패 해왔다. 실패는 때로는 상처가 되기도.. 또 때로는 활동가들간의 신뢰를 깎기도 하며 '난센이 이대로 가면 지속가능하지 않을 것 같은데'라는 불안을 키웠다. 항상 과거를 돌아보면, 난센을 치열하게 고민했던 활동가들의 얼굴이 내 가슴 속에 남아 있다. 그들의 얼굴을 떠올릴 때면 복합적인 감정이 든다.
어쨌든 오늘을 돌아보았을때 여전히.. 나는 과거의 여러 사건들이나 현재의 상황에 대해 마음으로 납득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 모임은 (과거의 실패와 그로 인한 상처를 드러냄에도 불구하고) 다시 현재로 집중 할 수 있는 어떤 힘이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나는 지금 누구와 함께 있는지, 그리고 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왔고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지.
서두르지 않고, 근본적인 것에서부터 마음을 모아가는 작업을 하려고 한다. 그리고 불안을 대안로 전환시키는 에너지를 만들고 싶다.
그리고 이 모임을 진행해나갈 수록, 그럴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 아직까지 이야기해나갈 것들이 산더미 처럼 쌓였지만..
나의 걱정과 슬픔, 불안을 두팔벌려 안아줄 동료가 있다.
(1.오늘 모임을 마무리하며 또 한 번 나도 모르게 불안감에 눈물을 흘리게 되었는데, 류와 국장님이 안아주었다. 2. 며칠전 여섯시 팀인 모조와 내가 사무실에 남아 있을때, 모조가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다 알아서 될거라고. 가끔씩 남탓도 해라고 하며ㅋㅋ)
끝나고 버스를 타러가는데 롯데백화점 앞에 전구나무들이 보였다. 그 나무들을 보면서 내가 특별한 하루를 살았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내 삶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어렸을때 부모의 사이, 할머니의 사이, 친구와의 관계
그동안 내가 힘들 때 아무런 연락 없다가
갑자기 한국 와서 엄마가 나에게 한 짓은 나의 허락 없이 전학을 시킨 것.
집에 있는게 싫었음. 선생님에 대한 반발. 선생님도 나를 떄림. 부모의 무관심. 아침에 일어났는데 10시. 폭력.
술먹고 학교 안가고 그럼.
거짓말을 해오는 것.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하고.
나는 안그런데 그런척 하고. 그런 것들이 늘어나기에 진짜 내가 누군지 모르겠음. 그래서 방글라데시를 감. 그리고 삶이 바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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