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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렁 이 의 길/인 권 활 동 기 록 - 1 2 ~ 2 3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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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치고 2015. 7. 9.


어제 새벽부터 잠이 안왔다. 한 번 잠에서 깬 후.. 오랫동안 국장님과의 대화가 내 마음에 남아 메아리쳤다. 잠이 오지 않았다. 화가 나고, 억울하고.. 난센을 그만두고 당장 하고 싶은 다른 것을 해야 할까. 아니면 조금만 버티면 ​혁신파크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가까에서 보며 배울 수 있는게 많을 테고, 국장님도 안계시니 조금 자유로워 질텐데 조금만 버틸까.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함께 일을 한다는 것이 힘든 것일까.. 국장님이 한 말들이 하나하나 떠오르면서 더 이해가 안되기 시작했다. 도저히 이런 마음으로 난센에 가기가 싫어 월차를 쓰고 누웠다.내 인생의 단 하루라도 뭔가 억지로 하고 싶지 않았다. 주체적으로 살고 싶었다. 특히 이런 날에는 더더욱 그런 마음이 올라온다. 그래서 무리라는것을 알면서도, 월차를 썼다. 이후 누워있는데 점점 생각이 복잡해져왔다. 허리도 아프고 몸도 안좋은데, 이렇게 누워있으며 머리만 굴리는게 더 몸이 아플 것 같아 차라리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핸드폰을 집에 두고, 대충 걸쳐 입고 나간 시간 새벽 6시 30분. 다섯시 부터 동이 트더니, 여섯시 반이 되니 이미 체감 시간은 11시. 육교를 건너 안양천으로 나가니 운동복을 입고 박수치며 걸어가는 아주머니, 뽕짝 소리에 심취해 걸음을 옮기는 아저씨, 라디오는 나오고 있지만 사색에 빠진 이름 모를 이들이 꽤 있다. 

그렇게 그들을 관찰하다가, 곧 그 속에 나도 들어가 걷고 걷고 걸었다. 계속 걸었다. 생각이 이어지고 끊기고, 이어지고 끊기고 반복되었다. 어제일을 생각하다가, 저 지느러미가 보이는 물고기는 도대체 얼마나 큰거야라는 생각을 하다가, 여행을 그냥 할까 생각하다가, 저 뒤로 걷는 아주머니는 어떻게 내리막길을 딱 알고 뒤돌아섰지? 생각하다가, 벤치에 앉아 허리 아프다.. 생각하다가 바람에 나뭇잎이 부사귀는 소리에 기분이 좋아졌다가...악 밑에서 뱀이 나와서 물면 어떻하지? 하며 일어나 다시 걸었다. 그렇게 잡 생각을 이어가다보니 독산>안양천>석수>서울둘레길>호암터널을 가로지르는 석수능선을 어딘지도 모르게 타다가>어딘지 모르겠는 시흥을 한참 헤매고>독산에 이르렀다. 4시간 정도 걸었는데, 오랫만에 그렇게 걸으니 나중에는 허리와 연결된 다리가 아프고 허리도 움직일때마다 녹슨 자전거처럼 삐걱 되고 아팠다. 정말 오랫만에 걸었는데, 정말 오랫만이었다는 것이 온몸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땀이 우선 두피부터 뻘뻘 쏟아졌다. 오랫만에 내는 땀이라 그런지, 온갖 날벌레가 내 머리와 눈코잎을 공격해오기 시작했다. (목구멍이 걸걸한게 아마도 한마리 이상 삼켰지 않나 싶다)


생각한 것들은 사실상 집에 돌아와도 결론이 난 것은 없었지만, 몸도 더 안좋아졌지만

마음은 더 좋아져서 왔다. 오랫만에 땀흘리니 너무 기분이 좋고 나무들도 볼 수 있어서 좋았다.(사실 나무들이 잘 눈에 안들어올만큼 생각들이 이어지긴 함)


했던 생각들 중에 기록에 남기고 싶은 이야기는,

1. 제주도 여행때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나는 두려움이 언제부턴가 많아졌다. 세상을 그런 관점에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일까? 어렸을 때부터 그랬나? 어렸을 때는 그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 여러 경험들로부터 배운 나를 지키는 방법이 두려움들을 반영한 상상을 하는 것이 된 것일까? 연기에 대한 명상을 하면 세상을 보는 관점이나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까? 즉 두려움이 사라지게 될 까? 딱 10년 전 이맘때 블로그에 남겨두었던 가사가 떠올랐다.  


그 노래를 더 불러봐야할까? 생각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더 깊게 파고 싶어졌고 생각을 이으려고 노력했으나 다른 생각의 침투로 사라져버렸다. 


2. 그냥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예전 집밥 모임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막연히 떠올랐다. 그냥 흥. 하고 다시 내 삶에 집중하는 것. 그렇게 하고싶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지더라.


▲이런 태도 말이다. PRIDE, 이 말이 생각이 나네. (출처: 한국일보 일부 캡쳐)


그리고 집에 돌아와 핸드폰을 확인하니 문자가 와있다. 문자를 읽고, 답하고 그러면서 남은 오전 시간을 보냈다. 진심으로 큰 위로가 되었고, 내가 난센에 왜왔나. 이럴거면 왜있나 했던 생각들을 모두 뒤집을 만큼 

난센에 와서 일들을 만날 수 있었고 정말 기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동료를 만날 수 있음에 크게 감사하며.. 아래에 문자 내용을 남긴다.


 * 문자 내용은 문자 당사자들의 동의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이름을 지움.

그녀: (중략) 그냥 먼가 고... 혼자 짊어지시는것이 많겠구나 싶어서 카톡했어요. 고 힘내요 저는 고를 엄청 지지해요// 그러한 힘이 필요할 때 편히 얘기하구요! 오늘 맛있는 거 마니 먹고 좋은 하루 보내길! 바래요 화이팅!!


나: (눈물)(눈물)눈물난다 흑흑 흑흑(눈물)(눈물)(눈물)(눈물) (눈물)(눈물)(눈물)(눈물)(눈물)(눈물) 국장님과 제가 많이 달라서 자칫 제가 국장님을 미워하기 쉬운데 그럴때일수록 미워하지않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겠어요. 그런 생각을 오늘 내내 하고있어요. 하지만 그게 자꾸만 어려워서 더욱 말을 잃고, **에게 솔직하게 제 고민을 너무너무 나누고 싶지만 나누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제 그런 생각과 말들로 **에게 안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더더더더 싫어서.. 제가 그런 상황인데도 이렇게까지 저를 신경써주시고 이렇게까지 이야기해주셔서 말로 다할 수 없을만큼 고마워요. 
포기하고 싶을만큼 힘들었는데 정말로 이 메세지가 큰 힘이 되었어요. **의 화이팅을 냠냠 먹고!! 힘낼게요!!!!!!!!!!!!!!!!!!!!!(신나)(신나)(신나)(신나)(신나)(신나)(신나) 

국장님도 이야기를 오늘 아침에 꺼내셨으니 **에게 어제 국장님과 나누었던 이야기를 더 나누자면 
제도개선을 연초부터 전략을 짜고 같이 의견을 모아서 난센의 의견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제 생각이 국장님과 달랐던 것 같아요. 며칠전에 제가 감정적으로 폭발했던게 이런게 반복되는 부분에 대한 불만의호소 같은 것이었는데 아무래도 그게 국장님은 불편하셨나봐요. 또 제가 *나 *한테도 그럴까봐 걱정을 하셔서 제가 *랑 *은 제 그런모습까지 받아들여주실 것이라는 신뢰가 있다고 이야기했어요 ㅋㅋㅋ (제맘대로 그랬습니다..........ㅋㅋㅋㅋ ) 

아마 국장님 또한 제가 그랬던 것 처럼 저랑 문화나 생각이 많이 다르셔서 불편하셨을 수 있고 또 저와 같이 외로우셨어서 그걸 허니랑 이야기나누고 싶어 하셨을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드네요. 저에 대한 신뢰가 없으신 부분도 있는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가 너무 달라서,, 너무 다르니 서로 그 다름 때문에 오해가 커서 그 오해가 서로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으로까지 연결 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ㅎㅎ 
어려운 과정이지만... 어제도 그렇고..제가 *가 있어서 힘이되고 외롭지 않다 라고 막 뜬금포로 이야기하는 것은
*를 포함한 우리가 모두 다르더라도 
*는 그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귀기울여주는 존재. 관심가져주는 존재. 배려해주는 존재. 고민하고 나누는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그래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제가 그동안 봐온 *는 난센에서 그런 존재라고 느꼈어요. 설령 앞으로 그러지 않더라도 그동안만으로도 넘쳐나요)
그런 *가 그냥 아무말 안해도 제앞에 뙇!!!!!! 앉아 있으면은 아 어떤 문제가 있어도 뭔가 ..무럭무럭.. 괜찮을거야. 괜찮아 질거야. 하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 긴 카톡 주저리를 난센에 *가 있어서 다행이고 고맙다는 말로 끝마치고자합니다.ㅎㅎㅎ  오늘 하루도 힘내요!!!!!!!! 화이팅팅팅


그녀:고... 이번엔 제가 눈물이 나네요 ㅜㅜㅜㅜ 

(중략)
그저 동료로서 고가 어느 상황에서든 스스로 회의감이나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런 마음만 갖지 않기를 바랄 뿐이에요. 제가 그동안 들어왔던 고의 말이나 생각에는 차마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깨닫게 된다면 그랬지, 매번 정말 맞는 생각이다. 절로 지지하는 마음이 들게 만드는 그런 사람이었거든요. 이 과정이 필요하다면 필요할 수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스스로가 너무 소모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ㅜㅜ
저는 그렇다면 항상 요 자리에 요렇게 :))))))) 있을게염 ㅎㅎㅎㅎ 저는 분명 앞으로의 난센이 더 있고 싶은 곳, 오고 싶은 곳으로 성장할 것이라 자신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모두 행복해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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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없이 행복하게 그리고 우리답게 ^^


오늘 당장 난센을 그만두게 되더라도 후회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 내가 만나왔던 사람들이 떠올랐다. 특히 내 삶에 중요한 영향을 주고 받은 사람들. 그들을 만났기에 나는 지금 여기에 서 있고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고맙다 난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