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센의 2층 문은 비밀번호로 열 수 있게 되어있다.
비밀번호를 누른 뒤에 문을 열면, 그 뒤에는 문이 잠기지 않고, 다시 문을 밖에서 잠그고 싶을 때는 숫자 0을 누르면 잠긴다.
그러나 초창기에는 이걸 잘 몰라서, 수동 잠금 시스템을 풀었다, 열었다 하여 매번 문을 고정시켜주었었다.
이사하고 1년 쯤 지났을 때였을까, 누군가가 문고리를 잠궈버려 열쇠 아저씨가 난센에 찾아 왔던 날
수동잠금이 필요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를 모두에게 알렸었다.
그 이후로는 수동잠금을 굳이 하지 않고 문을 열고 잠그고 있다.
그런데 오늘 집으로 가는데, 아직도 수동잠금을 누군가가 걸어놓는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음. 분명 말씀드렸었고.. 한동안 그렇게 하셨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수동 잠금을 하고 계시네, 조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객관적으로 따져 보아도, 그게 훨씬 편하고 손이 덜 가는 방법인데도 왜 3년이 넘는 지금까지도 이전의 방법을 고수하실까. 생각하게 된다.
그와 함께.. 그 누가 보아도 이해되지 않고 객관적으로도 더 합리적이고 좋다고 판단 될 수 있는 것이더라도
누군가에게는 이게 익숙한 방법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 익숙함은 세월이 깃들어져 있는 것이다...
비단 이 열쇠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그럴테다.
이 열쇠처럼,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는 부분이라면 상관 없지만
이런 일들이 중요한 가치 대립으로까지 이어진다면
그 세월을 존중하기가 참 어렵다.
그것이 편하고, 익숙하며
세월이 깃들어 그 사람의 생에서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다른 이의 삶을 함부로 할 수 있는 이유는 되지 못한다.
하지만 그 경계가 참 어려운 것 같다.
우리의 큰 차이는 (우리는 너무나 달라서)
소통을 가로 막게하고(원하는 방법으로의 소통이 되지 않고),
그 소통의 부재가 이해의 씨앗을 말려 오해를 낳고
'존중하지 않는다.' 라는 생각에 이르게 하는 것 같다.
요즘 그런 생각에 압도 되어 활동하고 있다.
차이가 가장 큰 원천이자, 상상력이 되는 활동.
비폭력캠페인을 위한 안내서에서
수십번 줄을 쳐가며 난센에서 해나가리라 꿈꿔왔지만,
이게
분명 함께 할 수 없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 것인데 내가 미련을 못버리는 것인지 그래서 포기하는게 맞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인내가 부족하거나 방법이 서툴렀을 뿐, 아직 잘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부분인 것인지.
참.. 어렵다..
▲정말 견뎌야 하는 것일까. (출처: 익킨님 페북)
▲ 아니면, 내가 가장 밝게 빛날 수 있는 곳으로 가야하는 것일까 (출처:같은 글의 댓글 중 캡쳐)
단순하게 살고 싶은데
살고 싶은 방향을 녹이며 살아간다는 것이 참 힘든 것 같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
사람들에게 물어나 볼까도 싶기도 하다. 한 번 이메일을 써봐야겠다.
개같은 인간도 혐오감을 내려놓고 봐야한다는 말. 존중이 결여된 관계로부터 혐오를 버릴 수 있을까.
결여된 존중에 의한 경험이 원천이 되어 이곳까지 나는 흘러왔건만
달라이라마의 말대로 이러한 어려움이 나의 스승이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문제가 조금은 다른 관점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문제.(문제라고 정의하고 싶다.)는 사라지지 않고 계속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나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어떠한 사람이 될 것인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내 마음을 짓밟고 존중하지 않는 자, 그를 떠나 나의 마음을 지켜낼 것인가?
아니면 그를 적당히 멀리 두고 내 마음을 지켜내 계속 걸어갈 것인가?
아니면 그를 측은히 여기고 이해하며 계속 걸어갈 것인가.(하지만 이 길은 내 마음이 지금은 원치 않는데, 마음이 강한 이들은 나에게 분명 이야기했다. 이 길이 진정 나를 위한 길이라고)
시간이 해결해 주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해결해 주지 않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죽음(육체적 죽음 뿐만 아니라, 모든 형태의 지금의 나를 형성하는 것들에 대한 죽음) 은 언제나 다양한 방식으로 곁에 존재하기에 더욱 그렇다.
시간이 늦어지니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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