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례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만원 버스..
1. 한달 또는 지난 상반기 동안의 힘든 점과 고마운 점 등을 활동가들과 나누었다
나는 힘든일로 혁신파크 동영상을 만들었던 일을 꼽았다. 그 일에 대한 동의나 공감이 없는 다른 활동가들과 충분히 이야기도 못했을 뿐더러 하면 할 수록 같이 하는게 아니라 혼자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부분들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사람보다 목적이 우선 되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서 난센의 활동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소통이 없이 활동을 해오던 것에 대한 회의가 안그래도 있었는데
그런게 이 과정에서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고 개인에게는 힘든 과정임을 털어놓았다
이 부분이 가장 힘든 이유는,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또 발전이 없다. 자신 안에 매몰되고 또는 누군가에게 질질 끌려가야만 하는. 우리가 만든 이야기가 없는 것이다. 그럴거면 그냥 기업에서 일하는게 낫다. 돈 벌고 시키는대로 하고. 아니면 비영리계의 대기업인 세이브더칠드런이나 같은 그런 단체를 가던지.
2. 오늘 네트워크 회의 때에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논의 안건의 공유나 논의 그 자체의 목적이 모호하고 각자가 다른 입장에서 너무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짧은 시간 내에 '다양한' 조직과 개인이 의견을 나누는 자리인 만큼, 예민하고 정확한 회의 진행이 더더욱 중요한데, 의견을 말하는 자를 지목하거나 활동가와 변호사를 구분지어 이야기 하는 등의 진행이 상당히 불편했던 것 같다. 네트워크 회의가 더더욱 관성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고 느껴진다.
3. 내가 잘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가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되는 것 같다. 법에 대해서 잘 모르고 공부하지도 않아서 사실 변호사와 비교했을때 객관적인 문제 해결방식의 능력차는 분명히 있다. 그 간극을 줄이기 위해 여러가지 공부나 경험을 쌓을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보다는 나는 난민과 동등한 관계를 맺고 그들이 직접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일을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누구보다도 그들을 개인의 목적에 맞게 대상화 시키고 이용하는게 아니라, 예민하게 그러한 상황을 막고 관계를 맺어가고, 하는 부분에서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실수를 하겠지만 내 눈에는 누가 정말 그들을 '사람'으로 대하는지가 보인다. 자신은 난민활동가이며 자신의 삶을 난민에게 희생하는 척. 척 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일례로 함께 살던 고양이가 죽었는데도 눈깜빡 안하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소름이 끼칠 정도다.... 어떻게 그런 사람들이 난민판에서 활동을 지속해 가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게 단순히 내 편견이었으면 좋겠다. 나는 아직도 그 사람들을 만나면 쉽게 웃기가 힘들다.
그들이 난민에게 또는 난민에 대해 설명할 때 사용하는 언어나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다.
오래 그리고 정확히 보라는 예전의 윤교수님의 말이 떠오른다. 개같은 인간도 혐오감을 내리고 보라고 했던 그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헛된 희망찬 말로 그들도 인간이라고 이야기하라는 취지는 아닌 것으로 해석한다. 그들의 삶을 바라보되, 있는 그대로 더도말고 덜도 말고. 그런 존재들을 지켜보라는 의미로 해석한다. 지켜보고 있다. 나는 분명 이 곳에 남아 이곳을 떠나가는 사람과 또 움직이는 사람들을 지켜보고있다.
4. 다시 월례회로 돌아와,
오늘 집에 돌아오며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다. 혁신파크 입주 이후의 난센을 상상하다가 문득 오늘이 행복하다고 느꼈다. 별로 마음에 드는 하루도 아니었는데, 그냥 활동가들이랑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고맙고 행복하다고 느꼈다.
5. 같은 날+그 다음주에 일어난 일 합체
은지씨가 '은지씨가 난센을 다니는 과정이 이렇게 치열하구나. 그런 과정을 버티고 남아 있어줘서 고맙다' 라고 이야기해줬다. 그냥 그 말이 참 감사했다. 더 감사했고 그냥 한 이야기였더라도. 그런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게 참 놀라웠고 감사했다. 그렇게 이야기해줄 수 있는 사람... 그 하나 만으로도 위대하다고까지 느껴진다. 그동안 쌓였던 오해나 불만이 말 한마디에 다 사라졌다. 그런 말 한마디에 사라질 불만과 오해였다면 나는 왜 항상 그것을 마음에 간직하고 있는 걸까. 더 마음을 열고 그녀를 대하고 싶다고 느낀다. 그래야겠다고 생각한다. 부족한 나를 받아주는 동료가 곁에 있다고 느낀다.
동료. 그래 동료가 곁에 있는 것 같다. 아직 서로 부족한 점이 많지만.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야 겠다.
사실 사소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녀도 실수였던 것일수도 있다. 그걸 인간적으로 이해하고 넘어가면 되는데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고, 이야기를 할까? 말까? 고민이 들었던 것 같다. 나와 다르다는 것을 어쩌면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차이를 이야기 하면서 말이다...
여튼 그런 과정에서... 그녀는 또 얼마나 나의 부족함을 느끼고 받아들여주고 있을 것인가..그럼에도 나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그녀...
며칠 전 집에 가기 전에 굳이 문밖에까지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 나에게 인사를 해주는 모습을 보며. 되게 미안했다. 되게 미안했다. 내가 나도 모르게 주변에 그런 것들을 요구하고 있고, 그녀가 그것을 맞춰주고있구나 싶어 미안했다.
그냥 그런 인사를 꼭 하지않고 가더라도 불만이쌓이거나 하지 않을 수 있도록 내가 더 좋은 사람. 이해력이 넓고 정말로 그녀를 내곁에서 이해할 수 있고싶다라고 생각했다.
어제 허니랑도 톡을 하며 뭔가 이 사람이랑 함께한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참 따뜻하고 신뢰가 가는 사람이다 라는 생각이 막연히 들었다. 속이 깊고 배려가 넘치고 어떤 부분에서는 분명한 사람이다.
저 이야기를 듣고 진심으로 나도 그 말을 그녀에게 할 수 있었다는 것은 그녀가 그런 존재이기 때문이다.
내 곁에 이들이 있다는 사실은 참...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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