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록 색 다 이 어 리/가 족 28

취하시오

항상 취해 있어야 한다. 핵심은 바로 거기에 있다. 이것이야말로 그대의 어깨를 짓누르고 그대의 허리를 땅으로 굽히게 하는 무서운 시간의 중압을 느끼지 않게 하는 유일한 과제이다. 쉬지 않고 취해야 한다. 무엇으로냐고? 술, 시, 혹은 도덕, 당신의 취향에 따라. 하여간 취하라. 그리하여 당신이 때로 고궁의 계단이나 도랑의 푸른 잔디 위에서 또는 당신 방의 삭막한 고독 속에서 취기가 이미 줄었든가 아주 가버린 상태에서 깨어난다면 물으시오. 바람에게, 물결에게, 별에게, 새에게, 벽시계에세, 달아나는 모든 것, 탄식하는 모든 것, 구르는 모든 것, 노래하는 모든 것, 말하는 모든 것에 물으시오. 지금 몇 시냐고. 그러면 바람은, 별은, 새는, 벽시계는 대답하리다. "지금은 취할 시간이다! 당신이 시간의 학대..

역사의 재조명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랑 목욕을 하고 감자탕을 먹고 딸기맛 아이스크림을 먹고 서로서로 고맙다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만 몰랐던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빠의 기억 속에서 재조명되는 역사 초읍 아래로 이사 한 이후 부터 친구가 모두 죽어버리고새로운 친구를 사귀지 않았던 할아버지, 고맙고 미안하다는 할아버지의 말이 참 짠하다.몽둥이 들고 구구단을 가르쳐주시던 할아버지가 그리워졌다~ 1. 내 이름이 고사지로 신고가 되어있었던 것, 그래서 고은지로 이름을 바꾸면서 알게 된 이야기2. 동생이 태어나자마자 2번 수술한 이후에 한국 입국하고 또 아파서 다시 일본에 아빠랑만 돌아가 위 수술을 했었던 것3. 엄마와 할아버지, 할머니의 갈등4. 성심에서 '은지가 노래요'할 때 할머니가 염색도 안지우고 쓰레빠를 거꾸로 신고..

2011.12.17 01:25

엘리베이터가 열리자마자 보이는 풍경에 또 한번 가슴을 쓸어 내린다. 평생 책정리 안하는 우리 가족인데 왠일로 버릴 책, 주워온 책 정리하나 했더니 일요일날 동생방 도배 땜에 잠시만 내어놓은거란다... 다른건 몰라도 엄마아빠는 책욕심 종결자. 다 두면 나중에 어딘가에 쓰인다며 길거리에 버린 책 하나 모두 주워오시던 분들이다. 어렸을 땐 자다가 책에 몇번이고 깔리고는 서러워 했던지 모르는 사람들은 집이 도서관 하냐고 묻기도 하고, 이사 한번 하고나면 책정리 하는데 한 달은 걸리는 그런 우리 집 우리 집 우리 집 이었지. 난 당연한 건 줄 알았다. 몇백권 몇천권이 되는 책들도 다쓴 칫솔 모아놓고 청소할 때 쓰인다고 버리지 않는 것도 인스턴트 반찬과 차가 가득한 부엌도 당연한 건줄 알았다.

2009.08.09 일

할머니가 "은지야 사랑한데이" 라고 했다 나는 "할머니 밥이 먹고싶어요" 라고 했다 이틀 전이 할머니 생신이었다 나는 우리 할머니 할머니 할머니 윤스미자 할머니가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어렸을 때 초등학교 성적표에 할머니 싸인을 받아가면 친구들은 그게 나의 싸인이 아니냐며 말하곤 했다 할머니는 윤 스 미 자 네 글자를 정성들여 싸인하곤 했는데 나는 그 싸인이 언제나 불만이었다 할머니 싸인이 좀 더 멋있었으면 다른 어른들 처럼 어른같은 글씨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할머니 어렸을때는 너무나 당연했던 할머니의 이름

2007.08.07 화

취미이자 여가생활인노트북을책임감없는 사람이고장내버렸다 얼마신지않은아끼는가죽쪼리를할머니가 물빨래해버렸다 고등학교때부터찍어모으던 사진과그많은 즐겨찾기 음악들을동생이 싸그리 지워버렸다 화낸다고노트북이 신발이 파일들이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는당. 혼자 씩씩 거리다가도그러려니 하고 '이해'하려고노력한다

2004.12.20 월

누나는 빙하게임메니아. 누나는 컴퓨터를키면 빙하게임을한다. 누나가 나팔을 붕붕 불면 초대백댄서팀들이오고 비둘기들이날아오며 지휘자들이나타나고 금수강산 시냇가엔 돗단배와 연인들이 나타난다. 동생은 원피스메니아. 동생은 컴퓨터를키면 바탕화면이 원피스다. 그리고 원피스노래를 듣는다. 원피스 게임을하다가 원피스카페에서 극장판을 챙겨본다. 원피스 지식정보들을 공부하고 마지막으로 원피스 만화를 꼭꼭 챙겨본다. 물론 하루에 한권씩 원피스 만화책을 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