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록 색 다 이 어 리/별 표 일 기

다시 잠자기 위한 일기

두치고 2015. 2. 25. 23:34

오랫만에 양지랑 고상을 만났다. 양지가 내 얼굴을 보더니 너 어둡다고 한다.
글쎄 그렇게 우울한 티를 낸 것 같지는 않은데, 나도 모르게 그런 분위기가 났는지도 모른다. 허허 굉장한 녀석. 나도 몰랐던 저 밑의 감정들을 바로 알아보던 관찰력에 감탄하면서도 한편 그 친구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 같기도 했다. 3년만엔가 고상을 봤을때를 양지가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나도 그때의 고상을 기억한다. 분명 내가 고등학교때부터 많은 시간을 그녀와 보내고 만나왔지만.. 그때 그녀의 얼굴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녀의 얼굴을 보며 그냥 마음이 뭔가 아려왔었더랬다.


뭔가 틈만나면 물에 젖은 마음이 느껴진다. 최근 부쩍 더 그렇다. 도대체 이 근원이 뭔지 잘 모르겠다. 내가 기억도 잘 못하는 과거들 때문인 건지, 아니면 지금의 상황때문인건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밑도 끝도 없이 올라오는 슬픔이 전혀 개연성이 없다. 그래서 어떻게 그 감정을 다루어 주어야 할지 엄두가 안나는 것이다. 이것때문인가? 저것때문인가?를 생각하다가 별다른 해결이나 답은 내리지 못한 채 그 감정은 심연으로 사라진다. 그러기를 반복하기 일쑤다.

그래서 왜 이래야 하나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또 어쩌면 내가 지금 제대로 나를 마주보려고 하고 있구나 그래도 나로서 삶을 살아가려고 하고 있구나 싶어 좀 견뎌보자 생각되다가도.. 굉장히 작은 일들에 감정이 뒤집어 져서. 살면서 이런때가 있었나 놀라기도 한다.


어쩌면 정말 잘도 요리조리 도망쳐왔고, 푸코가 이야기했던 보이지 않는 감시망 따위 같은 것들로 부터 철저히 훈련되어 숨기고 편집해왔던 것일테다. 지금도 그렇다.
그 감정에 푹 빠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사고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감정을 감당할 수 없어서 그대로 느끼기 불안하고 두려워서 어떻게든 빨리 이 감정을 사고하여 이해하고 그 감정의 탈출구를 만들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내가 외롭고 불안하고 두렵다라는 것을. 그게 무엇때문이라는 것을 최대한 직면하고 마주보지 않음으로써 무너지지 않고 일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런 내 속에 깊이 깊이 자리하고 있는 감정들을 끄집어내었을 때
지금의 나는 잠깐 죽어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또다른 자아가 지금의 자아를 무너뜨릴까봐 두렵다. 그런 벌거벗은 핏덩이. 무방비상태의 나체가 누군가에게 들켰을 때 다시 1살때의 나. 원초에 가까웠던 나의 모습으로 돌아갈까봐 두려운 것이다.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이 다시는 생기지 않을 것 같아서
그래서 그 에너지를 깊이 묻어두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상담을 시작하고, 어릴때의 나를 다시 보고, 최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나를 반추하며
다시 그게 건들여지고 있는 것 같다.

인생에 굴곡이 항상 있지
그렇지만 이번에 만약 이 부분이 툭툭 건들여져서 훅- 제 모습을 숨길 수 없을 만큼 큰 덩치로 내 삶을 위기로 몰아넣는다면

나이가 들어 젊은 날을 회상하며 지금을 기억할 것 같다.
아마도 그만큼 나에게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조금씩 감정을 확장시키는 연습을 하고 싶다. 힘들지만 .. 지금도 단 1초라도 그 감정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지만

견뎌내어 강한 사람이 되고싶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