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록 색 다 이 어 리/별 표 일 기

★★나 자신에게 주는 자유

두치고 2015. 2. 21. 02:05

사실 20살 때 엄마랑 패키지 여행으로 갔던 춥고 힘들고 피곤했던 기억만 남은 제주도를 떠올리며..
'어짜피 제주도를 간다고 해서 달라질 바가 없을 것이다'
'거기에 널린 바다나 산은 사실 서울에서 가까운 지역에서 볼 수 있는 바다나  산과 별반 다를 것이 없고 본질적으로 같은데 굳이 제주도를 갈 이유가 무엇인가?'

이런 질문들이 막 스쳐서 '그냥 집에만 있을란다' '아 정말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라고 생각하며 티켓을 끊는걸 몇번이고 포기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다가 그냥 마지막에 그런 것들을  많이 생각해서 지친 나머지 
'아 모르겠다 그냥 일단 사지뭐'라는 심정으로 끊고나니 ... 그렇게 저지르게 되었다..(난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참 겁쟁이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티켓을 산 이후에도 '제주도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에너지를 들이는가','별반 다를 바 없을 것인데. 어짜피 실망할 것인데' 하며 후회가 막 밀려오는것이다.. 
그러다가 겨우겨우 마음을 잡고, 여행하는 기간 동안은 정말 오로지 나 혼자 있는 연습을 해보자 라는 심경으로
각종 매체와 SNS, 메신저들을 저 뒤로 숨겨버렸다.

그리고는 내가 왜 제주도를 가고, 그곳에서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고 싶은가를 집중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떄 그렇게 해서 정한 것은 둘중에 하나만은 꼭 성공하고 오자 였는데
1. 어떻게 살 것인가 에대한 대답
2. 그냥 아무생각 없이 신나게 스트레스 풀고 마음에 쌓인 응어리 (난민망치사건을 통해 반복되는 트라우마- 어떤 사람의 셀카봉을 보며 망치고 보고 움찔할 정도였음- 등)을 풀고오자
1번이 안되겠다 싶으면 그냥 2번으로 생각하고 내 맘대로 놀고오자







그래서 아무것도 정하지 않은채 제주도에 내려서 아무버스를 탔어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것 만큼 제주도가 막 번화가가 아닌거야. 버스가 너무 시골로 가서 이대로 가다가는 젠장 가로등 하나 없는 허허벌판에 내려서 영영 미아가 될 것 같아
똥줄이 탄 나는 네이버 지도 실시간 '찜질방'검색을 하며 잘만한 찜질방을 골랐어
Thanks god, 버스를 두어번 탄 끝에 내가 내린 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허허벌판이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사람이 있는 찜질방에 -그것도 바다가 보이는- 도착을 했어
그떄 부터 텅텅 비었던 내 일기장에 쓸 이야기들이 너무나 많아진거야
나는 찜질방에 앉아 세시간을 시간이 가는줄도, 피곤한 줄도 모른채 일기를 썼어
너가 이야기했던 것 처럼 여행은 그런 힘이 있는 것 같아... 비행기님이 주시는 환상의 기분은 내 펜에 날개를 달아주었지..
그리고 다음 날 일정을 짰어..

다음날은 올레 10코스를 걷자고 결정하고 -그냥 대충 찾아보고 여기가 젤 괜찮을 것 같아서- 
다음날 일어나 찜질방에서 제주도 서쪽 해안가를 2시간 30분 돌아 목적지로 가는 광역버스를 1시간 기다린 끝에 탔어
그런데 깜빡 잠이들어서 사실 내가 알아 보았던 올레길의 코스 방향과 그 근처에 알아보았던 근사한 찜질방까지 모든 스케쥴이 틀어지게 되었어
그래서 
흑돼지갈비 2인분을 혼자 구워먹으며 - 1인분은 안됀데- 어디로 갈지를 고민했는데
아무리 고민해도 잘 모르겠는거야
왼쪽으로 가면 이게 이렇고, 오른쪽으로가면 이게 이렇고...........

결국 밥을 다 먹고 계산하고 나와서 그 갈래길에 서 있다
왼쪽으로 갔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갔다를 두어번 반복하다가
에라이 모르겠다 내가 가는 길이 길이다! 하며 그냥 이렇고 저렇고를 버리고 무작정 걸었어


그렇게 첫째날 둘째날 약 12시간을 걷고.. 나머지는 너가 아는 이야기들이야

뭔가 다 기적처럼 싸고 좋은 숙소를 구하고, 맛있는 것을 먹고
또 내가 사랑하는 바다와 많은 생각할 거리를 줬던 공동묘지 코스들이 좋았어


여튼 결론은 처음에 세웠던 2가지를 다 이뤘다야.



하루에 여섯시간 정도씩 -그리 많은 시간은 아니지만- 터벅터벅 혼자 걷다보니
정말 내가 지금 어떤 마음이고 어떤 사람인지를 잘 알게 되더라

 

난 정말......................나도 모르는 사이에 너무 많은 두려움을 안고 있었던거야
내가 1번 목표를 위해 질문을 던지고 그 생각을 이어나가는 사이에
너무나도 다양한 형태로의 두려움들이 나를 엄습했어. 그것은 과연 놀라울 정도였는데..
내가 걷고 있는 그 순간에도 그 두려움들이 나의 생각을 잠식하여 내 앞에 펼쳐진 자연의 향연들과 메세지들을 보지 못하고 있었던 거야


그것을 정말 오랜 시간 끊임없이 계속해서 떠오르는 두려움들 -심지어는 괴팍하기 짝이없는- 을 거쳐낸 후에야
내가 그렇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것을 깨달은 이후부터 지금 내가 서 있는 곳, 내 앞에 있는 것들, 귀를 통해 들리는 것들에 집중하고자 했어
하지만 그게 쉽지 않았어

분초를 가르며 두려움들이 나를 공격했고 나는 자꾸만 그 두려움 속에 잠식 당하여 그것을 깨고자
일부러 내 옆에 쌓여있는 돌담들을 손으로 만지고
길가에 핀 꽃들의 향기를 맡고 큰 숨을 내쉬곤 했어 


그러다가 길거리에 나있는 갈대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지
아무런 이유도 묻지 않고, 아무런 생색도 내지 않으며 평생 그 자리에 자기 몫 만큼 살아가는, 살아내는 그 갈대들을 보니
내가 삶의 이유를 묻는 것이 별로 중요한 질문이 아니게 되었고 부끄럽기까지 하더라
그러고는 그들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싶어
그들이 된 내 모습을 
다시 말해 내 영혼을 그들의 육체에 실어 보는 상상도 하며 나를 비웠어



그것이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 어느정도 실마리가 되었지
하지만 완전히 답을 구한 것 같지는 않은 느낌이었어
그래서 계속 질문을 던졌지
나는 어떻게 살지?

하지만 그 질문이 너무나 거대하게 다가와서..
또 내가 20살 무렵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을 막연히 던졌으나 결국 그 질문의 방법이 잘못되었었다는 것을 깨닳았던 것이 생각나서
질문을 바꾸어 난센을 그만둘 것인지, 그러지 않을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그만두면 이렇고, 아니면 이렇고 너무 복잡해지고 어려워지고 명확하지 않은 생각들이 이어져
그만 나는 그 질문을 잠깐 내버려 두었어



그런데 언제부턴가 계속 해안을 따라 걸으며 바다를 바라보는데 내맘이 너무 설레는거야
지금 당장이라도 저 바다에 뛰어들고 싶은 마음, 저 수평선 너머로 마음껏 항해하고 싶은 마음이 솓구치는거야
내가 어지러운 것들로 부터 나를 해방시키니 그 바다가 어둡고 두려운 존재가 아닌 새로운 것으로 다가왔어

거기에 게스트 하우스 사장이 처음 사진을 찍게 된 것이 
그 당시 네셔널지오그래픽을 우연히 보다가 고래를 찍고 있는 사진가의 그 순간의 경이로움. 그것이 자기 자신에게 너무 와닿았고
그것을 자기도 느끼고 싶다고 생각해서 사진을 찍게 되었다는 말에
아! 이거다 싶었지.

아. 나는 하고 싶은게 있었구나 
어쩌면 세계여행이라는 그 단어로부터 끝이 없을 듯한 막연한 환상도 서서히 사라지는 것은 아닌가 -사실은 내가 가장 두려워했던 점이었어-라는 그 지점에서
알게되었지
아 나는 항해를 하고싶다! 고래를 만나고 싶다! 라고 말이야.

얼마전에 잡지 1/n에서 본ㅇ ㅣ야긴데, 그 사람은 요트로 전세계를 항해해야겠다고 해서 그렇게 해냈더라.



또.. 그 다음날에 본 바다도 역시나 나를 설레이게 했어. 그래서 생각했어.. 아 이설레임을 꼭 잊지 않고 싶다. 이 설레임이 꼭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공동묘지로 갔고,,,, 공동묘지와 공동묘지 너머로 펼쳐진 산과 들 바다를 한참이나 바라보며
최대한 그 공동묘지를 느끼고자 노력했어
그 산의 묘비는 99퍼센트가 다 한자로 적혀있어서 내가 알아본것이라곤 겨우 숫자인데 가장 오래된 년도는 1927년 죽은이의 묘비였어. 묘비들은 2014년 1989년 등 시대를 넘나들며 끝없이 이어졌고 과연 최대 공동묘지라고 할법하더라

그런데 그냥 힘들게 산을 오르며 공동묘지들을 하도 많이 지나치다보니 그냥 그게 그거같고
그냥 흙들로 둥그렇게 쌓아진 그냥 흙이라는 생각이 들지 그것이 실제로 뭔가 위대한 삶이나, 인간의 죽음이라고 와닿지가 않는거야..
그래서 내 생각이 아쉬워서 최대한 시간을 보내며 그 속에 누워있을 한 사람 한사람을 떠올리고 상상하는 연습을 하며 묘비옆에 서있는데
아무리 옆에 서있어도 모르겠는거야
도대체 무슨 차이인지를 모르겠는거야
저 사람들도 한 인생을 살았고 여러 우여곡절을 거쳐 저 땅에 묻혔고
분명 저런 모습으로라도 저 땅에는 존재하고 있는데
그렇게 땅속에 묻힌 사람들 사이에 서 있는 나
그리고 땅속에 묻힌 사람들

그 땅속에 묻힌 사람들이 곧 나의 미래이고
내가 곧 그 땅속에 묻힌 사람들의 과거이고..

그런 뭔가 밑도 끝도 없는 생각 - 그 어떤 줄기도 잡히지 않고 막연하고 답도 없는 그리고 생각이라고 할 수 없는 하찮은 생각들을 뿌리고 있는데
그냥 한 순간 온몸이 느꼈어
나는 살아있다고 말이야
나는 살아있었어. 그들과 나의 차이는 나는 살아있다는 것이었어
내가 살아있었는데, 나는 살아있다는 것을 너무 오랫동안 모른채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어

내 손끝 사이로 세어나가는 가을 바람과 온몸에 내리쬐는 햇살과 이따금 흔들리며 스치는 갈대들의 촉감
그리고 내 눈으로 저 멀리 보이는 은빛 햇살을 품은 제주도의 바다와 나무들의 냄새가
먼저 지금은..... 이렇게 되었지만 나를 태어나게 해준 엄마와 아빠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리고 꺠달았어
난센을 그만두느냐, 계속하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는 것을
내가 살아있다는 이 느낌. 이느낌을 잃지 않고 사는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
그리고 살아 있는 이순간이 너무나 즐겁고 행복하다는 것을 꺠달았어
그래서 난센을 그만두느냐 계속하느냐가 아니라
지금 있는 자리에서 너무나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그리하여 이 긴 이메일의 결론은,, 나는 요즘 그런 마음으로 살고자 하고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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