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이라도 불을 지를 수 있을거라는 그의 상황에 들었던 첫 생각은 책임감이었고 첫 감정은 두려움이었다.
아무도 없는 상황 속에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지만 나는 난센의 구성원이고, 오래된 활동가로
만약에라도 일어날 큰 사태에 대한 예방을 막야아할 책임이 있었다.
그리고 이런 어려운 상황을 함께 타개해 나갈 책임이 있었다.
쭉 여자라는 이유로 맡겨지지 않았던 어려운 일들이 .. 지금의 상황에서 나에게 주어졌을때. 그리고 그 상황이 위중한 상황일 때 나는 할 수 없어요가 아니라 할 수 있고, 해내야만 한다라는 결연한 의지로 매워질 수 밖에 없는 것.
나루토가 그렇게 했던 것 처럼. 나도 나루토처럼 동료들과 함께 걸어나가기 위해서는 어려운 순간을 함께 짊어져야 하는 것.
여러번의 설득의 과정이 있었고...
사실 내가 설득하지 못할 입장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현장에서는 더욱 날카롭게 돌아왔다.
당신이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가에 대해 이해하고 싶고, 이해한다. 라고 하는 이야기가 오만이 되어버리는 것은 신뢰관계가 없을 때이다. 내가 당신이 누구인지, 당신이 내가 누구인지 아주 조금이라도 인간적인 교류가 -교류를 넘어선 찌릿함이- 전제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망치를 들고 나를 위협한 이후로는 그의 눈동자를 볼 수 없었다.
큰 공포와 원망, 분노 같은 감정이 섞이기 시작했다.
왜 저렇게 이기적일까. 왜 저렇게 자기 마음대로 해서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갈까.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한 결과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저렇게 할까.
정말 어린아이 같다. 라는 생각들과 함께
나는 복도 끝에 서서 오로지 그의 방에서 들리는 소리 -혹시라도 불을 지를까봐-에만 의존하며 걸음을 이리저리 옮길 뿐이었다.
나는 사실 그 사람에 대해서 정말 잘 모른다.
그리고 그 뒤에 국장님이 왔다.
그들이 그 장소에서 떠나기 까지 나는 곁을 멤돌며, 그리고 혹여나 무슨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하며
내가 느꼈던 가장 큰 것은 나의 책임과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내가 느꼈던 책임의 무게에 비해 내가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은 정말 미미했다.
물론 그와의 신뢰관계가 없었던 것도 큰 요인이었지만.. 물리적인 극한 상황 속에서 그것을 저지할 수 있는 힘이 있는가에 대한 부분에서 할 수 있음이 참 작다는 생각이 들었다.
'I need a home.'
그의 말이 멤돈다.
본국을 떠나 이곳까지, 그리고 이곳에서의 험난한 여정의 이유를.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고, 이해되지 않을 것 같았던 그 이유를 조금이라도 아주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
그리고 이 험난한 여정의 시작에서 내가 좋은 동료가 되려고 했던 욕심 보다
내 곁에 동료가 같이 있다는 것을 느낀 것 같다.
나와 너무 달라서, 나와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으로부터
'그래. 우리는 이렇게나 다르지만
결국 우리는 한 배에 타고 있어'
라는 것을 마음으로 느끼게 해준 사건이었다.
너무 달라 그 과정에서 느꼈던 분노, 슬픔, 원망 같은 감정들이
한대 뒤섞여 초라해지며 울고 싶어졌다.
- 그 이후로도 망치를 볼때 마다 깜짝깜짝 놀랬다.
'지 렁 이 의 길 > 인 권 활 동 기 록 - 1 2 ~ 2 3 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네잎의 햄버거 (0) | 2014.12.26 |
---|---|
-_- (0) | 2014.12.17 |
류와의 오늘 대화 중 밑줄 (0) | 2014.11.12 |
우주 (0) | 2014.11.11 |
재정착 공청회 (0) | 2014.10.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