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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렁 이 의 길/인 권 활 동 기 록 - 1 2 ~ 2 3 년

우주

by 두치고 2014. 11. 11.

여느때와 같이 낯선 두 신사분이 오셔서 난민신청에 대한 여러가지를 여쭈어보셨다.
파키스탄에서 오시는 분들은 주로 함께 오시는 경우가 많으신 것 같다.
대부분 오시는 분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난센을 알게되고 오시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파키스탄에서 오시는 분들은 난센까지 함께 동행하는 경우가 유달리 많았던 것 같다.

예전에는 난민신청에 대한 이야기만 꺼내셔도 바로 신청 절차에 들어갔지만, 요즘에는 신청과정에서의 권리나 신청 이후에 한국 상황에서의 예상 가능한 일들에 대해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충분히 이야기하고 있다.

오늘 온 두 신사 분께도 그렇게 했다. 두 분은 이따금씩 내 이야기를 듣는 중간중간에 신랄한 논의를 펼치셨는데, 나는 그 논의들을 보고 있는게 참 좋았던 것 같다.

우르드어로 이야기하시니 내가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는 알길이 없었지만 ㅋ
무엇인가에 대해 두분이 열렬히 논의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두 분이 어떤 과거의 이야기들을 가지고 오셨을까 상상을 하니 자연스럽게
두 분의 뒷편에 서 있던 하얀 벽이
파키스탄 특유의 소리와 냄세, 색깔과 건축의 선들로 가득차 펼쳐지기 시작했다.
마치 내가 파키스탄의 어느 시장 골목에서 두 분과 함께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한 분, 한 분의 새로운 우주와 만나며 평범한 내 일상이 특별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고 .. 결국 두 분은 시간을 가지고 난민신청에 대해서 더 생각해보기로 결정 하시고 돌아가셨다. 다음엔 어떤 우주를 만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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