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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렁 이 의 길/인 권 활 동 기 록 - 1 2 ~ 2 3 년

토마토야채카레를 먹은 날

by 두치고 2014. 10. 14.





블키나파쏘의 B씨가 오늘 왔다. 서류를 보여줄게 있다며 오셨는데, 역시나 여기까지 와서 보여주실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한국의 복잡한 서류 체계와 어쩌면 처음으로 외국에 살면서 겪는 비자 관리 업무 -체류 연장 따위-는 그녀에게 생소하고 어려운 것일 테다. 나 또한 저런 서류가 '출.입.국'이라는 세글자에 박혀 전혀 모르는 언어로 전달 되면 당혹스럽고 누구든 붙잡고 물어보고 싶을테니까.. 


역시나 우리는 yes or no이외에 의사소통이 전혀 안되어 구글 번역기의 힘을 빌어 의사소통을 했다. 그리고 번역기의 힘을 빌리지 않고 내가 알아들은 또 하나의 이야기들은..

그녀가 다른 사람의 머리를 해주었던 사진을 보여주며.. 그것으로 돈을 조금벌고 있다는 사실과. 일을 다른 사람을 통해 소개 받아 아르바이트로 하긴 했지만... 그 일이 힘을 쓰는 너무 힘든 일이었기에.. ... .. 그날 저녁에 허리가 너무 아파 일을 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다가 점심을 해야해서, 점심을 요리하니 먹고 가라고 말씀드렸고 그런 내 한 마디에 너무 기뻐하시며 God bless you!를 외치셨다. 나는 조금 당혹스러웠다. 그냥 점심은 원래 해야하는 거라 하는거고, 원래 베낱씨가 워낙 우리가 말도 안통하는대다가.. 항상 고개를 떨구며 무언가 의기소침한 모습만 보여주셨기 때문에... 놀라기도 했고 그런 모습게 기쁘기도 했고..



여튼 토마토야채카레를 했다. 토마토 야채카레를 한스푼 베낱씨는 떠서 드셔보시더니, 2번 3번을 왔다갔다하며 드셨고 밥까지 한그릇 더 드셨다. 너무 맛있다고. 이소스 좋다고. 그리고 happy. happy 하다고



밥을 다먹고 요즘 사는 이야기를 짧게 했다. 베낱씨는 본국에 4살짜리 딸 사진을 보여주기도.. 또 (예상하고 있었지만) 재혼한 남편(알씨일줄 알았지만 알씨였을줄이야. 크크크크)과 결혼했을때 썼던 청첩장을 보여주며 시크릿!을 외치기도 하셨다. 크크


오늘 베낱씨는 내가 본 베낱씨의 모습 중에 가장 밝은 모습이었다. 난센에서 법률지원할때.. 그때의 모습이랑은 너무나 달른 베낱씨의 모습. 낡은 성경책과, 친구로부터 선물 받은 새로운 성경책을 자랑하며 밥이 없어도, 신에게 감사할 수 있다고. 신이 있어서 너무 좋다고. 크리스찬이냐. 너도 come해라 라고 하시는 모습이 발랄해서 나도 함께 이야기하는게 즐거웠다.



그리고 돌아가시며 점심 너무 고맙다고. 정말 happy하다고 말씀해주셨다.

점심 한그릇을 같이 먹었다는 이유만으로 저렇게 happy하시다고 말씀해주시는 베낱씨에게 되게 감사했다...

내가 방글라데시때 싱가라를 먹고 행복해했던 것 처럼 그런 것일까?

그녀에게 오늘 행복의 기운을 선물받았다. 


아무 의식 없이 요리하고, 밥을 먹었을 수도 있었을텐데

그녀 덕에 오늘 먹은 토마토카레 한 숟갈이, 그녀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했던 그 순간이 행복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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