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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렁 이 의 길/인 권 활 동 기 록 - 1 2 ~ 2 3 년

역류

by 두치고 2014. 10. 1.

1. 

캐나다 비자를 알아보는 것을 도와주기를 요청했던 그에게, 적어도 너가 할 수 있는 부분까지는 해라고 팁에게 이야기했었고 그 후 2주 정도가 지나 어제 물어보았더니 결국 그다지 알아본 것은 없었다. 어떤 비자가 자기에게 제격인지 어떤 종류의 비자가 있는지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그에게 나는 열이 점점 받기 시작했다.

그럼 비자 초대를 해주기로 한 사람에게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서 물어보았냐고 하니 그렇지도 않단다. 아직 연락이 안왔다고....................하.하..........하......그때 부터 분노폭발. 왜이렇게 수동적이냐고, 어느정도 정보는 찾아보고 준비해야 하는거 아니냐고 막 물어보아도. 자기는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고,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니 G1이라는 이유로 비자거절 당했다고.. 내일부터 당장 일 시작도 해야하고...... 또 다른 사람한테 도움을 구하고 싶지 않다고..........

그래서 열받았다. 짜증냈다. 계속 설득했는데 돌아오는 말은 자기가 할 수 있는게 없다 라는 이야기였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나한테 도와달라고 하는 이유가 이해가 안갔다. 나는 최소한 자기가 할 수 있는 부분까지는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그런것도 안하려고 하면서 나한테 도움을 요청하는 태도가 굉장히 수동적이었고 자기 삶에 무책임해 보였다.

물론 돈이 없어서 그런 정보를 찾아볼 가치도 못느꼈을 수도 있지만. 내 주장은 출국전에 필요한 서류가 무엇인지 미리 알아야 그에 맞는 돈과 서류들을 미리미리 준비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래서 결국 막바지에 이르러 자기가 비자 타입을 더 알아본후 나와 논의하기로 했다.

그리고 내가 언제부턴가 더 엄격하게 변했다고 한다. 그는 내가 왜 자신의 도움을 거절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예전에는 다른 나라 비자를 막 대신 알아봐 주곤 했으니까 ..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부분도 설명했고. 나는 당신의 비서가 아니라 친구다. 니가 할 수 있는 부분은 니가 해라.라고 이야기하는게 엄격해진 태도로 보인다면 어쩔 수 없지만, 어쩌면 나는 더욱 동등한 관계의 초석에 가까워진것이 아닌가 생각든다. 사실 두려웠던 것도 있다. 그가 나에게 너무 의지를 할까봐 나는 밀어낸 것도 있었다. 가능한 동등하고 싶었다. 친구로서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내가 발견한 진실은. 우리는 너무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내가 원하지 않아도 그의 힘든 생활의 하나하나에 내가 함께 일희일비 하는 것이고..... 그것은 너무나 많은 감정적 소모로 내 삶을 흔들리게 했다. 그런 상황에 처한 것이 그의 탓이 아님에도 나는 그가 그런 상황에서 항상 나에게 의지를 하는 것이 감사하면서도 부담이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가 처한 상황이 다른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 내가 유일한 그 역할을 한다는 것 자체가 조금은 친구로서 부담스러운 것이다. 


내게 그런 역할을 기대하는 친구는 많이 없었기 때문에. 또  더불어 이것이 친구 이상의 역할로 느껴졌기 때문에. 


하지만 친구라는 것이 무엇일까. 친구는 동등한 관계가 전제가 되어야 한다 라는 생각은 어디에서부터 출발한 것일까? 동등한 관계가 과연 무엇일까? 내 삶에서 친구의 의미를 고민했을 땐, '진정한 친구'와 그냥 친구, 스치는 친구 등 따위로 나누는 것에 대한 무의미에 대해 결론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이지 애초에 '친구'라는 사람의 의미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었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이미 그 상대는 '친구'라는 것이 너무나 당연히 전제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엔.. 인간은 삶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마혀 끊임없이 변하는 존재이며 그렇기 때문에 한 때 나와 가장 마음이 잘 맞고 가깝다. 라고 느낀 친구가 어느 순간부터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 자연스럽고/ 그렇기에 그러한 것을 지속시키고 붙잡고자 노력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짓이며 다만, 함께 있는 순간에 최선을 다해 만나는 것. 그리고 함께 있을 수 있는 순간들을 같이 노력할 수 있는만큼 노력하는 것. 이라고 생각했었다.



그것은 이미 마음이 단 한순간이라도 가까웠던 존재를 친구로 정의하고 있음을 내포하고 있는 것일수도 있는데, 그렇다면 지금의 상황 또한 결국 팁은 나의 친구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방글라데시를 다녀온 이후에 ...... 그러한 정의를 논하는 것 자체가 더 부적절한 것이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부분도 있다. 친구. 연인. 가족. 동료. 지인. 이런 단어들 정의들 언어의 테두리 속에 묶이지 않는 어떠한 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더 자세히 이야기한다면, 친구는 친구. 연인은 연인 가족은 가족이다. 라는 것인데 이것은 친구가 연인이자 가족이자 동료이자 지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 그러한 하나의 낱말에 묶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알게 되었던 것 같다. 


오히려 더 설명하지 못하는 관계일수록 ...............나아가 설명이 필요없는 관계가 될 때 내 삶에서 더 깊이 자리한 사람들이 되었던 것 같다. 


나는 너무 많은 설명을 요하고 있는 것일까? 사실 누구나를 만났을 때 처럼, 마음이 통해서 생각없이 연락을 하고 고민을 나누고 삶을 공유하고 하며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가게 된 것일 뿐인데. 내가 이 사람과의 관계에서 이렇게 해야해. 라는 어떠한 의무를 지고 있기 때문에 그 속에서 갈등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의무는 지금 내가 솔직히 드는 생각은..........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넘어 이 사람을 걱정하고 무엇인가를 해주고 있었던 것을 두려워하는 것은.........나의 극심한 오지랍 - 그리고 그 자신이 그것을 통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바탕이 되어-이 그의 삶에 쓸떼없는 영향을 미칠까봐. 그리고 우리 관계를 훼손시킬까봐 두려운 것같다. 그냥 그는 그런 구조와 상황에서 누군가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게 내가 생각했을 때 그 이상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그게 '그 이상'이라는 생각이 들게 된 이유는 아까 언급했듯. 그의 생활환경 자체가 그럴 수 밖에 없기에 그러기 쉬운게 아닌가 라는 생각에서......................................................................................................................




사실 어떤 부분에서는 그냥 내가 도와주고. 아 그래도 나는 그가 내 도움을 요청했을 떄 최선을 다해 도와준 좋은 사람이었어. 라고 편하게 생각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하지만 더크게 작용했던 것은. 그리고 오히려 팁에게 화가 났던 것은 그건 너가 충분히 할 수 있잖아! 라는 생각이 들떄부터 였는지 모르겠다.


영어를 못한다는 이유는 더이상 나에게는 변명에 불과했다. 다른 이유였다면 내가 했을지도 모른다. 그는 나만큼 영어를 했다. 나도 영어를 못한다. 하지만 그를 위해 해왔던 것이었다. 몇시간. 이제는 그가 직접 할 때가 되었다. 



하지만 똑똑한 그가 그것을 하지 않는 수동적인 모습을 보일때 아 진짜 멍청해졌따. 너 멍청해졌어. 라고 이야기했다. 왜이렇게 멍청해졌을까. 나도 그런 경계의 삶을 지속해오면 그렇게 되는 것일까? 그는 심성이 너무 착한 것일까. 아니면 드럽게 자존심만 쎈건가? 이런 상황에서는 자존심도 나는 없을 것 같아서 화가난 것이다. 지금의 상황은 자존심을 찾는 상황이 아니다. 일단 살고 봐야하는 거아닌가? 생각보다 너무 유약한 모습에 화가 났다. 너무 손에 물을 안묻히려는 자세처럼 보여서 화가 났다. 지금 당장 파도속에 뛰어들어가도 모자랄판에. 곱게자란 아들래미처럼 말이다. 아 열받아. 열받아-_-




2. 

결국............................... 모 단체에서의 -우리단체와의 비슷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크게 빵! 터져 그녀도 그곳을 떠났다... 

그리고 인턴으로 활동했던 활동가도 몸이 급 안좋아져서 그만두게 되었다. 


그 두 사람이 그만둠이 나에게 상징하는 바는 많다.




3. 

그것은 어필의 살씨에 대한 영상을 보며 더욱 뼈저리게 느낀 바이다. 나는 지난 3년이 가까운 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가? 사실 실질적인 도움이 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것은 살씨의 케이스를 보면, 같은 상황에서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보면 극명히 알 수 있다.




4.

예전에 썼던 인턴후기를 다시 읽었다. 인턴후기에 거짓말이 많다고 느껴졌다. 




5. 

마치 가장 가깝게 지내는 난민분과 신뢰관계를 엄ㅊ멍나게 잘 쌓고 있는 것 처럼 보이는 포스팅을 보며 한심한 생각이들었다. 왜냐하면 이틀 전, 그가 난센에 점심시간에 와서 보여주었던 모습만 봐도 극명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케이스매니저와 쌓고 있는 신뢰관계가 느껴졌다. 그는 2층에 갈지 나에게 허락을 받았고, 인사만 하고 내려와 밥이 다될 때 까지 어두운 1층에서 기다렸다. 그리고 밥을 먹는 동안 한마디도 그와 말을 섞지 않았고 - 심지어 며칠전에 밥을 먹으며 섞은 이야기들도 대부분 일을 구해야 한다. 따위였다- 밥을 다 먹자마자 자리를 떠났다.

그의 사례를 통해 오히려 아 .그가 신뢰관계가 무엇인지 정말로 모르구나 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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