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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분 에 물 주 기

사랑을 믿나요?

by 두치고 2014. 9. 1.



이스라엘의 댄 바세르만 감독이 만든 <사랑을 믿나요?>는 결혼중매인 토바의 일상을 통해 사랑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Do you Believe in Love?”는 토바가 자신의 ‘고객’들에게 실제로 던지는 질문으로, 워낙 상투적으로 많이 쓰여 뜬구름처럼 느낄 수도 있는 말이다. 하지만 영화는 우리가 별 생각 없이 마주치는 ‘사랑’이란 개념이 알고 보면 우리 삶의 작은 부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가장 현실적인 문제임을 알게 해준다. 그리고 이것이 50분 길이의 짧은 다큐멘터리 <사랑을 믿나요?>가 가진 힘이다. 영화의 주인공인 토바는 덤덤한 표정으로 자신은 사랑을 믿지 않는다고 말한다. 500쌍이 넘는 커플을 맺어준 최고의 결혼중매인이 이게 무슨 말인가 싶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그녀에게 사랑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사랑, 즉 두 사람 사이의 핑크빛 연애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녀에게 사랑은 “자신을 알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며 “충만한 삶”을 살아가게 하는 필수 조건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사랑에 대한 기대로 들뜬 손님들에게 냉정한 충고를 던질 수 있으며, 전신마비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 남편, 딸, 가정부 등 주위 사람에게 (잔소리가 포함된) 진한 애정을 쏟는 것은 물론이다. 이런 토바를 보고 있으면 사랑을 믿지 않는다고 말하는 그녀의 삶이 이미 오래 전부터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던 게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사랑’이란 단어는 이 영화를 통해 묵직한 무게를 되찾는다. 손에 잡히지 않는, 알 수 없는 사랑의 정체 때문에 고민하는 관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김보년)


   사랑을 믿나요?

댄 바세르만, Dan WASSERMAN, 이스라엘 | 2013 | 50분 | 페스티벌 초이스

> 중매 쟁이를 찾는 사람들은 관계에 실패한 사람들이에요. 완벽한 사람은 없고 타협할 줄도 알아야 하며 인생은 쉬운게 아니란걸요. 그것을 알려주는 것.
이 세상에 사랑은 없어요 아가씨. 배우자를 찾고 함께하길 바라는 것 뿐이에요. 서로 타협하고 돕는거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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