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싸이월드와 네이버를 들락이다가, 결국 이 곳으로 왔다. 내가 누군가에게 보여줄 글을 쓰는 거라면, 진정 나를 위한 글이 아니기에 이곳을 선택한 것이다. 일기장은 내가 한 문장을 쓰는 와중에 너무나 많은 생각들을 놓치게 되는게 있는 것 같다. 인내심이 약한 자판기에 익숙한 세대로서, 일기장에 일기를 쓰는 과정이 예전에 비해 많은 노력을 요하게 되 이곳을 선택하게 된 이유도 큰 것 같다.
오늘 부터 되도록 난센을 통해 느끼는 것들을 이곳에 기록하기로 했다. 난센을 통해 스스로를 성찰함으로써 성장하는 과정을 담아내기 위한 과정이기도 하고, 생각이 짧은 자신을 고무시키기 위함이기도 하다.
사실 이 곳에 그런 기록을 하기로 한 가장 큰 결심의 원동력은 오늘의 사람마음에서 받았던 심리 교육이었다.
오늘.. 사람마음에서 고문생존자를 위한 트라우마 심리치료에 관한 교육을 받고 왔다. 심리학이라는 분야가 처음이기에 긴장이 되긴 했지만, CVT에서 계시는 두 강연자 분들이 심리학 전문가인 만큼 참가자들을 서로 상호작용하고, 배려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느껴져 굉장히 편안한 느낌의 시간들이었다.
안국역 3번 출구에서 10분 정도 걸어들어가면 있던 '사람마음'은, 그 이름 만큼이나 마음을 편안하게 했던 느낌이랄까.. '니똥굵다'라는 타이틀을 가진 화장실을 처음으로 들어갔을 때, 창문 너머로 보이는 한옥 기와들의 곡선이 마치 사람마음과 잘 조화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안국역에 대해서 잘 모르겠지만, 그 골목 주변의 아기자기한 상점, 음식점들과 화분에 정성스럽게 심겨져있던 이름모를 꽃들 그런것들이 '사람마음'이라는 곳의 이미지와 잘 연결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SELF-CARE.' 그것은 이번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고 강조된 부분이자, 이틀간의 코스의 시작을 열었던 주제이기도 했다. 사회복지를 전공하며, 또는 주변의 지인을 통해 흔히 '이 쪽 분야'의 사람들이 힘들고 지치는 심지어는 자기 자신을 위협하게까지에 이르르는 사례들을 간접적으로 듣게 되며, 스스로 조금 겁을 먹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나의 직업관이라고 해야할까? 내가 이 분야에 뛰어들면서 가지고 있는 관점이라고 해야할까? 그것은... 나는 온 생에를 바쳐 이 일을 해야만 한다! 라는 위험한(?)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 내 삶을 지키면서, 가슴을 뛰게 하는 세상에서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일을 지속적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에 가까운 것 같다. 언제든지 다른 일이 나의 가슴을 뛰게 한다면, 그 일을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내가 원하는 것' 그것을 삶을 통해 하는 것이 스스로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가슴에 남아있는 무거운 짐이 'SELF-CARE'였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분명, 나 자신의 욕구를 파악하는 것. 나의 한계를 이해하고 경계선을 세워놓는것. 내가 원하는 것을 함으로써 스스로를 치유하는 과정들.. 그런 것들에 취약했던 자신의 모습을 또 한 번 발견하게 되었다고 할까.
내가 지금 이 순간 느끼고 있는 감정들을 이해하고, 왜 그런 감정들이 일어나는지. 어디서부터 그런 것들이 오는 것인지에 대한 이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들 그리고 연습. 그런것들이 지금 나에게 정말 절실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나에게 일어나고 있는 것들을 인지하고 있는가?
아직까지 난민분들과의 관계를 많이 경험한 것도 아니고, 또 심리학적 측면에서의 연구나 고민이 없었기에 실질적인 나의 경험으로부터 나오는 고민과 공감이 이루어지지는 못했지만, 이 교육을 계기로 나 자신과 난민들, 그리고 그 관계에서의 상호작용들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역전이, 2차 트라우마에 대한 스스로의 증상에 대한 각성.
그 각성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자신의 신체와 내적인 부분에서의 예민한 이해, 관찰.
굉장히 중요하고, 일상생활 속에서 연습해 나가고 싶다.
'박해를 받았던 사실보다 박해를 받은 사실을 인정받지 못했을 때 더 수치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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