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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렁 이 의 길/인 권 활 동 기 록 - 1 2 ~ 2 3 년

첫 번째 월담을 마치고..

by 두치고 2012. 5. 24.



1.

일을 하며 가장 힘든 것은 관계 속에서 느끼는 불편함 인 것 같다.

내가 아직 다른 사람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압도되게 되면 가슴이 답답해지곤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인가, 그 고민의 근원은 자기반성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순간 부터

그런 부분에서 조금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상대방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 상대방도 나를 받아들인다고 해야할까.

좀더 정확히, 나는 상대방이다. 음...............그러니깐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사고하고 행동하고 반응하느냐에 따라 상대방 또한 달라진다고 해야할까.


조금 아니 굉장히 우회적인 표현이다.





2.

중요한 것은 약속을 꼭 지키는 것이라는 것도 오늘 깨닫게 된다.

못하겠으면 차라리 처음부터 못하겠다. 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낫다.

무리해서 하겠다고 해놓고, 처음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그것은 신뢰를 잃게되는 지름길인 것 같다.


나는 아직까지 조금 내 상황을 돌아보고, 상대방과 조율하는 방법을 아직 잘 모르는 것 같다.

돌아와 생각해보면, 아- 이런 것들이 있었지. 하며 자신을 위한 일들을 잊어버리곤 한다고 할까?


나의 욕구를 잘 이야기 할 수있어야

난민의 욕구를 대변할 수 있는 역할도 잘 할 수 있을 텐데

아직까지도 은행을 가면 업무시간에 방해될까봐 거의 한 달 내내 가지못하는 나에게 조금 분노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곤 하는 것 같다.




3.

오늘 가영언니가 나에게 은지씨는 '총명하다'라는 말을 해줬다.

가영언니에게서 그런 말을 들을 때, 기쁘기도하고 신기하기도하고 

무엇보다도 언니가 나에게 해주는 한마디 한마디가 진심으로 나에게 큰 용기가 되었던 것 같다.


가영언니는 정말 나랑 다른 사람이다.

그녀는 내가 캐치해내지 못하는 것들을 예리하고 정확하게 집어내고 언어화할 수 있는 사람인 것 같다.


특히 주변 사람들의 특징이나 능력, 또는 성질과 같은 것들을 잘 파악하는 것 같다.

그래서 신기하다. 

그 여릴 것 같은 눈매 사이로 반짝이는 날카로운 눈빛이 가영언니의 직관을 잘 나타내주는 것 같다.



여튼 오늘 가영언니가 나에게

나의 총명함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을 가진 남자를 만나야 할 것 같고

그런 이가 꼭 있을거라고 하였다.



나도 꼭.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4. 

케이스를 검토하며, 나는 모든 케이스들이 내게 진실처럼 다가온다는 것을 느꼈다.

그와 반면에 나와 너무 다른 형준오빠의 의견들을 들으며

내가 판단하고 있는 것들이 맞는건가? 하는 나의 판단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가영언니도, 형준오빠도 내게 이야기했다.

'은지씨의 판단을 믿으세요'





5. 

불현 듯 난센에 있다는 것이 고맙고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영어도 못하고, 글쓰는 것도 오래 걸리고, 회계도 매번 실수하고, 말 주변도 없고

정말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는 것 뿐만 아니라 못하는 것들 투성이인 나를

난센의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지금 이 순간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국장님한테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 이야기를 늘어놓는 나에게 국장님은

'은지씨의 꿈이 재능이에요'라며

난센 속에서 꿈을 키우고 자라날 수 있도록 격려해주신다.



눈물이 났다.



우리의 무기는 진정성이라며 

성공한 사람이 되기를 꿈꾸기 보다 훌륭한 사람이 되기를 꿈꾸는 우리의 가치가

가슴 속에서 영글어 가는 귀가길이었다.



6. 

셀프케어가 5번이나 필요했던 하루였다는 은숙언니의 문자를 받고, 꼭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이따금 일과를 마치고 집에왔을 때

은숙언니의 문자로 핸드폰이 울리면

아, 먼저 연락할 걸! 하는 아쉬움 조금과

고마운 마음

존경하는 마음이 생긴다.



통역하느라 힘들었을 지혜언니, 인터뷰하는데다가 월담준비하느라 정신없었을 가영언니, 이리저리 새로운 사람들 만나고 신경썼을 국장님, 이리저리 마음썼을 형준오빠까지

모두 토닥토닥. 토닥토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