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 렁 이 의 길/지 구 별 여 행 자

우즈베키스탄의 태양 19.11.29

두치고 2022. 1. 12. 11:59

부하라 대표 명소 라비하우즈를 만든 나지르 지반 베기가 1622년 건립한 이 마드라사가 주목받는 이유는 건물 정면의 모자이크 타일 그림 때문이다. 타일 그림에는 커다란 새 두 마리가 사람 얼굴 모양의 태양을 향해 날아가는 모습이 새겨져 있다. 우상숭배를 금한다며 사람 또는 동물의 모습을 새기거나 조성하는 것조차 엄격히 금지하는 것은 물론 파괴도 서슴지 않는 이슬람에서, 그것도 성직자를 양성하는 신학교 정문에 이 같은 그림을 새겨 넣은 이유는 무엇일까 ?  그림 속 새는 우즈벡의 기장(상징) 으로 사용되는 조로아스터교의 길조이며 상상의 동물인 후모’, 가운데 태양은 주신인 ‘아후라 마즈다’이다. (아후라 마즈다의 광명)  나지르 지반 베기가 마드라사 정문 양쪽에는 나디르가 세겨 문구인 ‘우리는 모두 친구다. 널리 교류하자.’라는말이 씌여져있다.

부하라는 중앙아시아 불교의 중심지였고, 한때는 조로아스터교가 국교였으며, 대규모의 유대인이 정착했던 곳이었다. 동서 문명이 교류한 오아시스 도시는 다양한 민족이 부대끼며 함께 살던 기회의 땅이었다. 새로 그 땅의 주인이 된 무슬림들은 부하라의 번영을 위해 기존의 종교와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상생하고자 했다. 19세기에는 이슬람 이전 부하라의 종교였던 불교, 조로아스터교, 유대교와 이슬람의 평화로운 공존의 의미를 담아 네 개의 미나레트로 구성된 ‘초르 미노르’를 세웠다. 번영은 평화와 공존에서 비롯되며 이는 상대를 존중하고 다름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됨을 그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 지혜가 있었기에 부하라는 하늘에 닿을 듯 찬란히 빛나는 역사를 써올 수 있었다.

14년뒤 사마르칸트 레기스탄 광장에 있는 쉐르도르 마드라사에는 사자와 태양이 등장한다. 그문양은 현재 우즈벡의 200숨짜리 지폐에도 사용되고 있다. 사자와 태양은 이란의 공식상징으로 1979년까지 이란의 국기에 들어갔었다. 사파비드 시대에는 사자와 태양이 사회의 두 기둥인 국가와 이슬람 종교를 상징했었고, 카자르 시대에는 국가의 상징이었다. 카자르 시대와 1979년 혁명 사이에는 사자와 태양의 의미가 수시로 바뀌었다. 사자는 적으로부터 나라를 지킬 준비가 된 이란의 영웅들을 위한 은유로 해석될 수도 있고, 왕권의 상징으로서 고대의 의미를 지닌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태양은 이란의 신화적인 왕을 상징했다가 이후 나라의 상징으로 바뀌었다.  사마르칸트도 부하라도 원래 조로아스터교였던곳이고 이슬람이 들어왔지만, 조로아스터교의 영향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었다. 여전히 조로아스터교 신자들도 있었던 것이다. 조로아스터교의 후모를 그려넣으며 우리는 모두 친구다 널리 교류하자고 적어넣으며 종교가 달라도 우리는 모두 다 친구다 라는 관대한 말을 넣었다. 당시에 권력과 힘이 있는자였기에 가능한거였고, 어떤식으로 보면 자신의 힘은 이슬람 율법위에 존재한다고 과시하기 위함일 수 도있었다. 그렇다면 그런 조로 아스터교의 상징은 왜 현재의 지폐와 건축물들에까지 사용되고 있는것일까 ?  그건 우즈벡 탄생부터 시작된 카리모프의 이슬람 탄압 정책을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