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록 색 다 이 어 리/가 족

안도감

두치고 2020. 4. 11. 23:42

작년에까지도 잘 몰랐다
오랜만에 온 부산.. 부산역에 내리자 익숙한 버스모양과 건물들을 보니 뭔가 안도감이 들었다
81번 버스에서 내려 마스크를 내리자 들어오는 엄청난 산의 향기
내가 초읍에 왔다는 실감이 났다.
오랜만에 보는 아빠의 얼굴
2년만에 봤을때도 이런 느낌이었나?
겨우 6개월 정도 밖에 안된 것 같은데..
아빠의 얼굴이 매우 낯설게 느껴졌다
아빠가 이렇게생겼었지~~어제본 것 처럼 돈 이야기를 시작하는 아빠. 내가 아빠를 좋아한다고 느꼈다. 아빠가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할아버지 유품이 1년째 정리되지 못한 방에서 수건을 꺼내 씻는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집
냉장고와 베란다에 놓인 할머니 신발과
잡동사니들이 그대로 있는 집
잠옷을 찾다가 고등학교때 체육복이 있어서 입었다.
옛날엔 참 커다란 티셔츠였는데
내가 이렇게 작았었구나.. 고등학교 이후로 안자란줄 알았는데 많이 큰 것 같다.
집의 곳곳에서 깊은 안도감이 느껴졌다.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안도감.. 뭘까?
지난 6개월을 위태롭게 살아왔었나보다
여러 흔적들이 남아있는 이곳에 돌아올수 있어 기쁘다
아빠에겐 미안하지만.. 난 할머니랑 할아버지 엄마와 일해의 흔적이 한곳에 남아있는 이 집이 참 좋다
엄마가 전화가 계속 왔다
비도 오는데 못데려다줘서 미안하다고
나는 당연히 데려다줄 것에 대한 기대를 안했는데 엄마는 미안한가보다
생각해보면 엄마가 일한다고 나를 챙기지 않았을때가 많긴했지. 그렇게 생각하니 슬펐다
그래도 엄마는 나를 데리러 와준적도 많다. 아빠에게는 우산을 가져다달라고 말할 수 없는 사이..
오늘 플랭크를 하는데 뱃속 깊은 근육을 쓰다보니
전신마취를하고 수술을 했던 순간이 불현듯 떠올랐다
죽음에 가까운 기운을 느끼고나니 깊은 불안감이 건들어젔다
부산에서 살고싶다고 오랜만에 진심으로 느꼈다
아무것도 아닌
외롭고 조용한 중학생의 고은지가 올라오는 것 같아서
아주 보편적인 존재라는 감정이 편안하게 느껴져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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