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록 색 다 이 어 리/별 표 일 기

편의점에서 있었던 일

두치고 2019. 3. 22. 21:59



저녁 거리와 내일 먹을 것들을 사이에 마켓에서 사고 나온 금액은 1,680원

지갑에 1,000엔이 없어서, 10,000엔을 내고, 동전을 만들기가 싫어 600엔을 함께 줬다.

그랬더니 마켓 직원이 1,000엔이 없냐고 계속 물어보는 것.

나도 10,000엔을 100,000엔이라고 잘못 이야기해서 잠깐 실랑이가 있었다.

결국 그 남자가 600엔을 돌려주고 100,000엔으로 결제를 했는데 기분이 확 상했다.

내가 왜 기분이 상했을까?


1. 나도 나름대로 생각을 하고 돈을 낸 것인데, 내가 낸 돈에 대해서 이해를 하지 못하고 다시 돈을 내놓아라는 직원의 태도/ 600엔을 혼자서 결정해서 돌려주는 태도에 무례함을 느꼈다.

2. 1만엔을 10만엔이라고 잘못 이야기하고 몇차례 당혹했던 것이 부끄럽고 화가 났다

3. 일본에서 마음대로 대화를 하지 못하는 내가 화가 났다. 내가 그토록 일본에서 태어난 것을 스스로의 정체성의 중요한 부분으로 구성했지만, 일본에서도 결국 타자라는 것을 극명히 다시 한 번 처절히 깨달은 사건이었다


내가 만약에 일본 중년 남성이었다면, 그 남자 직원은 내게 그런 태도를 보였을까?

그가 보기에 내가 외국인인데다가, 여성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태도를 보인게 아닐까. 내게 의사를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혼자 독단적으로 결정해서 태도를 보인 점들이 그리까지 생각하게 된다.


일본에 올때마다 '애매한' 일본 정체성을 오히려 들키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어를 아주 잘하거나, 아예 영어로 소통을 하거나 둘중의 하나의 태도를 취하려고 했는데

이번 오끼나와에서는 일본어가 금방 들통나버렸다. '외부'라는 것이 금방 들통나버린 것이다. 그것에 아직도 조금은 놀라고 있다.

내가 일본의 외부라는 것은 자명히 인정하는 부분이 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부분도 있다는 것. 그것이 내가 처한 어려움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주변부적 기분을 100% 긍정하기가 어렵다. 중심에 오염되지 않았기에(오염되지 않았다는 표현보다는 조금이라도 덜 오염되었다는 표현이 맞겠다) 이 자리를 즐길 수 있다면 좋겠는데, 쉽지가 않다.

오끼나와에서의 삶은 기억하는 '맛'들로 위로를 받는 시간들이다. 내가 커가는 과정에서 자꾸만 일본에 왔던 이유는 단순히 일본이 좋고, 내가 기억하는 맛, 음악, 냄새, 색깔들과, 사람들, 장소 등 속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인데 

일본에 오면 사실 괴롭기도 하다. 한국에서보다 훨씬 더 주변을 세심히 배려해야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고, 살펴야하는 부분이 있다. 이곳에 '묻지 않는다'는 생각이 많이 들지만, 묻기 위해서 많은 에너지를 쓰기 때문에 괴롭다. 내가 어릴적에도 그랬을까? 어릴적에는 일본어를 지금보다 훨씬 더 잘했으니까 달랐겠지? 

일본이 앞으로 내게 주는 과제는 분명, 내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주변적인 내 정체성에 대해 받아들이는 것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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