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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분 에 물 주 기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홍세화

by 두치고 2011. 11. 7.

 
 
똘레랑스는 정치 종교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프랑스인들의 사고와 행동을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다.
똘레랑스는 일탈이면서 균형이며, 도전이면서 융화이다.
 
 
'다른 사람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의 자유 및 다른 사람의 정치적 종교적 의견의 자유에 대한 존중'
 
"존중하시오, 그리하여 존중하게 하시오(respectez, et faites repecter)"
 
당신의 이념과 신념이 당신에게 귀중한 것이라면 남의 그것들도 그에게는 똑같이 귀중한 것이다. 당신의 그것들이 존중받기를 바란다면 남의 그것들도 존중하라. 이것이 똘레랑스의 요구이다.
똘레랑스가 강조되는 사회에선 강요나 강제하는 대신 토론한다. 아주 열심히 토론한다. 상대를 설득시키기 위하여 노력한다. 그러다 벽에 부딪히면 "그에엔 안된 일이지만 할 수 없군!"(tant pis pour lui!)"하며 아쉬운 표정으로 돌아선다. 강제로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치고받고 싸우지도 않는다. 또 미워하지도 않고 앙심을 품지도 않는다.(비방하지 않는다) 감옥에 처넣지도 죽이지도 않는다.
 
우리사회는 설득하는 사회가 아닌 강요하는 사회다.
설득하는 사회에선 남을 미워하지 않으며 축출하지 않으며 깔보지 않았다.
 
 
나와 그 나를 바라보는 나 사이엔 건널 수 없는 강이 흐르고 있었다. 나는 그 강을 건널 수 없었다. 나는 사랑을 배우기 전에 증오를 배웠다.나는 분열되었다. 나는 새로 발견한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없었다.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해체되었다.
 
 
"나는 아주 철저한 인종주의자요. 그런데 나는 이 세상에서 하나의 인종밖에 보이지 않소, 인류라는 인종 말이오." 우리는 잠시 소년처럼 웃었다.
 
 
(다함께) 김정만, 김성만의 이름으로, 김성만의 이름으로,
한국에는 표현의 자유가 없어요,
그것은, 그것은 안 좋아요, 그것은 안 좋아요,
생각한 것을 그대로 말했다고 감옥에 처 넣는다면,
그것은, 그것은 안좋아요, 그것은 안 좋아요,
 
 
 
 
퇴근길에 빠리 7구에 있었던 회사 사무실 근처인 몽빠르나쓰 대로에서 일련의 데모대를 만나게 되었다. 데모대는 커다란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유유히 걷고 있었다. 노동조합연맹의 줄인 마링 붙어 있는 플래카드의 내용은 나에겐 이미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내가 바라본 것은 거대한 데모대의 여유있는 움직임이었는데 그것은 한마디로 내가 알지 못한 사회의 모습이었고 꿈틀거림이었다.
갑자기 속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오며 눈시울이 붉어지게 된 것은 그 데모대 중에서 다섯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를 목격한 순간이었다. 그 아이는 아버지인 듯한 이의 무동을 타고 있었는데 데모에 참가하게 된 것이 마냥 즐겁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아이의 무구한 표정이 서울 데모현장의 모습과 겹쳐지면서 나의 콧등은 강한 충격을 받았다.
나는 그 데모대가 나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했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치려고도 하지 않았다.
 
 
인간에 대한 사랑을 알기전에 증오부터 배웠다니.
 
내가 대단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믿었던 것은 다만 나 자신과 치열하게 싸움을 해야 했기 때문이었지 행동 자체가 대단했던 것은 아니었다.
빠리에서는 유행이 사람에게 종속되어 있는데에 비하여 서울에서는 사람들이 유행에 종속되어 있다.
 
 
아, 나는 얼마나 비를 좋아했던가, 그리고 얼마나 맞았던가.
 
 
드디어 물이 빠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갇혀 있던 섬이 다시 육지가 되었다. 나는 해방되었따. 뛰었다. 희열로 젖어 있는 몸으로 뛰었다. 육지였떤 곳까지 뛰었다가 다시 섬이었던 곳으로 뛰었따. 신나게 왔다갔따하며 뛰었다. 나는 그가 되었고 그는 내가 되었다. 나는 그였고 그는 나였다. 드디어 나는 하나가 되었다.
 
나의 방황은 실존을 요구했다. 싸르트르를 읽고 까뮈를 익었다. 그리고 리스먼의 자아지향에 대하여 읽었다. 다른 사람을 다 속일 수 있어도 자기 자신은 속일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내 삶의 원칙이되었다.
 
 
 
옛날에 서당선생이 삼형제를 가르쳤었다. 어느 날 서당선생은 삼형제에게 차례대로 장래 희망을 말해보라고 했겠다. 맏형이 말하기를 나는 커서 정승이 되고 싶다고 하니 선생이 아주 흡족한 표정으로 그럼 그렇지 하고 칭찬했겠다. 둘째형이 말하기를 나는 커서 장구이 되고 싶다고 했겠다. 이 말에 서당선생은 역시 흡족한 표정을 짓고 그럼 그렇기 사내 대장부는 포부가 커야지 했겠다. 막내에게 물으니 잠깐 생각하더니 저는장래 희망은 그만두고 개똥 세개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했겠다. 표정이 언짢아진 서당선생이 그건 왜? 하고 당연히 물을 수 밖에, 막내 말하기를, 나보다도 글 읽기를 싫어하는 맏형이 정승이 되겠다고 큰소리를 치니 개똥 한개를 먹이고 싶고 또 나보다도 검쟁이인 둘째형이 장군이 되겠다고 큰소리치니 개똥 한개를 먹이고 싶고... 여기까지 말한 막내가 우물쭈물하니 서당선생이 일그러진 얼굴로 버럭 소리를 질렀겠다. 그럼 마지막 한 개는? 하고.
 
여기까지 말씀하신 할아버님께선 나에게 이렇게 물으셨다.
"세화야, 막내가 뭐라고 했겠니?" 하고.
나는 어린 나이에 거침없이 대답했다.
"그거야 서당선생 먹으라고 했겠지요, 뭐"
"왜 그러냐?"
"그거야 맏형과 둘째형의 그 엉터리 같은말을 듣고 좋아했으니까 그렇지요"
"그래, 네말이 옳다. 얘기는 거기서 끝나지. 그런데 만약 네가 그 막내였다면 그 말을 서당선생에게 할 수 잇었겠냐?"
어렸던 나는 그떄 말할 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다. 그러나 할아버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세화야, 네가 앞으로 그 말을 못하게 되면 세 개째의 개똥은 네 차지라는 것을 잊지 말아라."
 
 
 
 
그런 날이었다. 빠리가 미치게 아름답게 보였던 것은.
"세 뚜아? 우 셰 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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