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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렁 이 의 길/인 권 활 동 기 록 - 1 2 ~ 2 3 년

웃픈 하루

by 두치고 2015. 11. 13.


난민 인정 심사 과정을 조력하는 관점이 난센 내부에서 참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이러한 부분은 언제나 케이스 지원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극명히 드러나는데,

그게 잘못되었다거나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참 소중한 논의고 필요한 논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민이 누구이고, 우리의 역할이 무엇인가에 있어서 관점이 차이가 극명히 드러날 때는 어떻게 결론을 내려야 할지 참으로 어려운 것 같다.

왜 나와 다른 관점을 가질 수 밖에 없었을까에 대한 생각을 하다보면

대부분의 관점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그래도 끝까지 이해할 수 없는 지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해할 수는 있다. 아 이러한 맥락에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을 수 있겠다 라고.

그런데 내가 그것에 동의는 할 수 없다. 


동의가 되지 않는 지점에서는 끝까지 동의를 하지 않는다.

대부분 동의를 할 수 없는 영역에 속하는 것은

내가 왜 이 활동을 하는가? 라는 부분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서로 다른 견해로 논의가 끝도 없이 길어질 때는 그냥

결론을 좁히지 않은 상태에서 그 논의를 덮어 둔다. 


늦은 오후에 카메룬 케이스를 열띄게 논의하였다

이 논의는 활동가 각자의 견해가 '동의할 수 없는 영역에 속하는 부분'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쨌든 케이스 지원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우리 안에서 다른 견해가 있기에 이야기가 길어졌다.


그런데 한 케이스를 위해 우리가 이렇게까지 열띈 토론을 하는게 얼마나 있나 싶다.

최근에는 각자 케이스를 알아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지원여부 판단에 있어서 토론할 일도 없기도 했고

이 케이스는 특히 사람마다 관점이 다르기 쉬운 사안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열띈 논의의 자리가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았나 싶다.



논의는 이런 이야기들이었다. 

활동가1: B정황은 상식상으로 이해가 될 수 없는 정황이다.

활동가2: B정황을 상식적으로 이해하려는 관점보다 이러한 정황이 왜 박해를 받을 우려를 야기하는가에 대한 개연성을 타진해야한다. 주관적 공포가 그럴듯한가에 대한 부분이다. B정황의 사실만이 중요한 것이 아닌 것 같다.

활동가4: 정말 모르겠다. 그 그럴듯 하다는 것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 것인가? 

활동가1: 이 케이스의 특성상 객관적 증거자료를 모으는 것이 굉장히 힘들다. 현실적으로 한국에서 이러한 케이스가 될 가능성이 없다. 그러므로 지원을 종결해야한다.

활동가2: 이는 객관적 증거자료를 찾지 못한 활동가의 탓이지, 난민의 탓은 아니다. 이러한 정황이라면 더더욱 지원을 해야한다.

활동가1: 우리가 만들어내지 못한것을 변호사에게 책임을 떠넘길 수 없다. 

활동가2: 변호사가 그 역할을 해야하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활동가3: 이것은 입증책임의 문제다. 난민의 탓도 활동가의 탓도 아니고 법무부가 이에 대한 입증책임을 가지고 있고 이에 대해 입증해내지 못하면 난민에게 유리하게 판단해야한다. 법무부가 개새끼들이다. 

활동가2,4: ㅋㅋㅋ

활동가4: (뭔가 전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총체적 문제에 대한 부분을 이야기하심) 

활동가3: 그러니까 미국을 욕해야한다. 개새끼들이다. ㅋㅋㅋㅋ불매운동이라도 해야하나

활동가4: 뭔가 좀 더 근본적인 것을 탓하고 싶다ㅋㅋㅋㅋ

활동가1: 인간을 창조한 신을..ㅋㅋㅋㅋ
활동가3: 애초에 남자와 여자로 신이 나누어논 것부터가 잘못이다. ㅋㅋ
활동가4: 자웅동체였어야 한다. ㅋㅋㅋㅋㅋㅋ

(기억에 의존한 것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음)


결국 우리는 시간이 부족하여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지만

신까지 탓하게 된 우리의 논의가 뭔가 웃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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