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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록 색 다 이 어 리/토 로

이상한 이사

by 두치고 2013. 2. 17.


어제 이런 저런 걱정에 밤잠을 설치고 일어난 탓인지 하루종일 머리가 아팠다.
무슨 마약 중독자처럼 두통약을 샅샅히 뒤졌는데 도무지 어느 짐에 들어가있는지 알 수 없어 지쳐버리기도하고.

살이 많이 쪄서 조금만 움직여도 체력이 힘들다.

이사 준비를 하며
또 이사를 마치고 나니
나도 알 수 없는 감정이 북받친다.

너무 어두워 엘리베이터 버튼이 어디있는지도 찾지 못한 낯섦과 두려움
오래된 벽지와 가구에서 나는 퀘퀘한 냄새
방 안에서 선명히 들려오는 층계 전자음과 개짖는 소리
낯선 가게와 낯선 사람들 골목길

왜 이렇게 허무한 마음이 드는 걸까


눈듬성이 황량한 동산을 창너머로 바라보며
내가 이 지구의 어디에 자리하고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작은 것을 가지고 마음이 요동치고 있는 것인지



지난 일년간 내가 무엇에 의지했는지
너무나 잘 알 수 있는 이 공간
세상과 이어지는 작은 상자에 의지하다못해 의존하여 혼자 있었다
혼자 있는게 좋았고
사람들을 만나는게 귀찮고 싫었다. 상처받고싶지 않았고 타인을 통해 위로받을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위로받을 수 있다. 위로받을 수 있어도 혼자있는게 더 편했다. 게으른 유토피아. 욕망의 방에서
끝없는 상상의 나래를 키워가며 또
잊어버리며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사람처럼
그렇게
마음을 리셋 시키고 싶다.



건강하고 밝아지고 싶다.

피하고싶지않다
피해도 이제는 똑같은 곳으로 도망가고싶지않다.

아직 내가 경험한 것은 손바닥만한거니깐



황망함이 몰려와도 정직한 책상에 앉자.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도 창문을 열어 세상을 바라보자.
가슴속에 이는 깊은 슬픔을 탓하지말자.
그냥 눈물 흘리자. 그리고 그 눈물을 따라가보자.


괜찮아. 난 잘 지낼거야
난 잘 지내고있어
난 엄청 행복한 사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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