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최 서방의 조카를 깨워가지고, 장기를 한 판 벌이기로 한다.
최 서방의 조카와 열 번 두면 열 번 내가 이긴다.
최 서방의 조카로서는, 그러니까 나 와 장기를 둔다는 것 그것부터가 권태다. 밤낮 두어야 마찬가질 바에는 안 두는 것이 차라리 나았다. - 그러나 안 두면 또 무엇을 하나? 둘 밖에 없다.
지는 것도 권태이거늘 이기는 것이 어찌 권태 아닐 수 있으랴?
열 번 두어서 열 번 내리 이기는 장난이란 열 번 지는 이상으로 지싱거운 장난이다.
나는 참 싱거워서 견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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