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록 색 다 이 어 리/가 족

할아버지

두치고 2019. 5. 12. 01:27
#1할아버지가 내게 사줬던 국밥. 나도 정말 맛있게 먹었지만 할아버지도 정말 잘 잡쉈는데.. 그 국밥 내가 사드릴걸.. 국밥 한 그릇 못사드렸다.
#2할아버지가 내게 끓여줬던 라면. 어릴때 할아버지가 끓여준 짜빠게티가 정말 맛있는데.. 다시 끓여달라고 해서 먹은 라면에 계란 껍질을 아그작 씹었더니, 옛날에도 그랬지 싶다. 그래도 할아버지가 끓여주는 라면을 좋아했다.

할아버지가 내게 남긴 흔적들을 추적한다.
뒷산에서 가지를 꺾어 매초리를 만들고 국민학교 들어가기 전에 구구단은 외워야한다며 오지게도 맞았다. 그래서 아직도 그 구구단 외우고 있다.
퀴즈탐험 우주의 세계~를 좋아하던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가 짓는 밥 냄새를 뒤로하고 할아버지와 함께 퀴즈탐험의 동물들을 보곤  했다.

같은 방 한구석에 등을 돌아 누워 높은 베개를 배고 쿨쿨 자던 할아버지. 반갑다~하며 인사를 해주던 할아버지.

 어릴땐, 이따금씩 할아버지 할머니랑 tv만 보는 저녁이 참 지루했다. 인생에 즐거울 일도 새롭게 기대할 일도 없는 무력함이 우리가 함께 살던 방을 무겁게 누르는,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 수 없기에 적응해내야 했던 시간들.. 그 시간이 여전히 내게 기억으로 남아 할머니할아버지와 함께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랑 함께 보냈던 시간은 봄이나 가을의 저녁짓는 늦은 오후 정도로 기억된다. 노을이 내리는 봉창넘어 뒷골목에는 어른들 이야기 소리가 이따금 들려왔고, 우리는 지지든 볶든 그 좁은 방에 그리 모여살았다.

내게 탱자나무와 열매를 알려 준 할아버지. 이제는 사라졌지만, 할아버지와 약수터에서 물을 길러 집으로 돌아오던 그 길을 잊지 못할거다. 그 기억은 할아버지가 선물처럼 남겨준 인생의 소중한 순간으로 내 인생에 남아있을거다. 지독시러운 삶, 끝까지 살아주셔서 감사하다고 존경스럽다고. 우리 고용호 할아버지에게 말하고 싶다
마지막까지 두렵지않게 외롭지 않게 곁에 있을게요 할아버지 사랑하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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