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 렁 이 의 길/탐 구

리틀포레스트

두치고 2017. 3. 10. 00:16


글 링크: http://www.theartist.co.kr/news/articleView.html?idxno=2687

 조금 성급한 기대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딱 하나, 분명한 것은 있다. 그녀의 ‘춤사위’, 그러니까, 연락 끊긴 분교 동창들까지 모아가며 연습한 전통 춤 공연 말이다. 그 뜨겁게 떨리는 춤사위 속에 더 이상 숨기 위해 밭을 갈고, 외면하기 위해 밥을 짓던 소심한 소녀는 없다는 것. 이치코의 모든 동작과 눈빛에서 느껴지는 힘을 보라. 그것은 어느새 그녀가 코모리의 땅에서 짓고 다듬어 식탁에 올렸던 모든 식재료들의 생명력과 닮아있지 않는가? 자신에게 일방적으로 주어진, 명료하게 이해할 수 없는 삶의 실패와 구멍들을 “‘무엇’으로 채워야할지” 골몰했던 그녀에게서, 이제는 “‘어떻게’ 채워나갈 것인가”, 라는 물음이 보인다. 그리고 그 답을 찾는 과정에서 적어도 그녀는 다시 스스로의 그림자 뒤로 숨지 않을 것 같다.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채울 것인가. 같은 재료를 가지고 만들어도 조리법에 따라 그 맛이 완전히 달라지듯이, 삶 역시 비슷하지 않을까. 끝내 돌아오지 않은 엄마의 빈자리를 꼭 같은 것으로 채울 필요는 없다는 것. 아니 애초에 삶이란 누군가가 내어 놓은 구멍들을 기우며 살아내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그 구멍들을 통해 혼자인 ‘나’를 발견하고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일들의 연속이라는 것을. 속부터 차오르는 배추처럼, 스스로 단단해지는 담금질의 연속이라는 것을. 이치코는 비로소 ‘집’으로 돌아왔다. 끝내 엄마는 돌아오지 않았지만―그 빈자리를 채울 새로운 가족과, 다시금 그녀의 손을 거쳐 식탁에 오를 작물들과, 그녀만의 레시피로 가득 채워질 새로운 부엌과 함께.●

 

 

남으로 창을 내겠오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