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손등을 보았는데 어디서 부터 데리고 온지 모르겠는 개미가 있었다.
이미 지하철을 타버렸고 여기에 개미를 내려두기엔 개미한테 너무 가혹한 것 같아서
우선 내려 놓는 것을 유예.
그때부터 6개의 정거장이 지나기까지 계속 개미의 행동만을 살폈다
손목보호대와 손 위를 샅샅히, 끊임 없이, -거의- 처절하게 다니며 탈출구를 찾는 개미를 보며 이 생명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손 앞 뒤를 뱅뱅 도는 개미가 떨어질까봐 손을 반복해서 돌려줬는데,
그게 금방 귀찮아서 몇번이고 그냥 내려 놓을까 고민했다
아주 작아서 손 위에 거의 아무런 감각도 주지 않지만, 분명 움직이고 있다
살고자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내려놓고 싶었지만
그래도 그래도 이 존재가 무슨 잘못인가 싶어서 꾹 참고 견디다가 증산역에서 내려 흙 속에 내려 주었다
분명 내안에 생명에 귀천이 있다
분명 어제 밤 스크린 위를 뒤덮던 날파리들이 귀찮아 죽이고 싶던 욕구를 참고 참다가 마지막에 한마리 죽여버렸던 것을 기억한다
돼지와 길고양이, 닭과 참치를 이야기하면서
나는 날파리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
바퀴벌레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