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한 때에 품었던 서울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환상은 고픈 배를 잡고 차비 백원이라고 아끼려는 현실로부터 깨어졌다
KTX역방향도 비싸서 새마을 아니 무궁화호로 기준을 낮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린이표ㅡ어린이표는 만오천won,어른표는 이만칠천팔백wonㅡ를 살까 말까 수차례 고민을 했다
난 중학교때 부터 늘 기차를 타고 서울을 갔었다. 그래서 그런지
지하철서울역의 답답하고 꽉 막힌듯한 잿빛 실내가 서울에 대한 이미지로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인파 속에서 떠밀려 가듯 나는 목적지를 향해 빠르게 걸어갔다. 통로에는 구두소리들이 이목을 끄는 연예인을 모델로한 광고와 맞물리며 머뭇거릴 수 있는 여유조차 허락하지 않는 듯 했다. 그래서 나는 시간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걸어갔다.
서울은 같은 대한민국인데 정말 다른 나라처럼 느껴졌다
낯설고 부담스러웠다
물론 불과 몇달 전에도 서울을 갔지만 이번에 간 서울은
그러했다
왜냐하면 과거엔 늘 서울이 내가 잠깐 들렸다가 떠나는 여행지로서의 서울이었지만 오늘은 서울이 내가 앞으로 살아가야할 터전의 서울이었던 것이다
그곳엔 정든 친구도 정든 동네도 정든 사투리도 없다
그 사실이 날 너무 슬프게 한다
7살때 처음 한국말을 배운 것도 나은이와 친해진 것도 부산이었다. 부산을 통해 한국 사람이 되고 한국과 가까워졌다. 그래서 부산은 내게 너무 당연한 곳이었는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부산을 떠나야할 때가 올 것이라고 막연히 알고 있었지만 이제는 구체적으로 실감한다
내가 부산을 떠나게 되면
나는 다시는 부산에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졸업을 하고 내가 살아야할 곳이 서울이라는 게 지금은 솔직히 절망스럽다
부산을 통해 한국사람이 되었던 것 처럼 서울을 통해 또 다른 고은지의 모습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하고싶은 일을 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나 정든 곳을 영원히 떠난다는 사실은 굉장히 섭섭한 일이다
이 모든 상념들이 오늘 기차안에서 너무 오랜 시간 동안 고흐의 편지를 읽은 영향이 크다고 본다
하지만 나는 정신분열 상태로 물감을 먹는 고흐의 모습을 가슴깊이 이해하고 사랑한다 존경하고 동경한다
난 오늘 너무너무 지쳣다
사투리 팍팍 쓰며 낡은 티셔츠를 입은 나를 한심하거나 이상하게 바라보았던 중년아저씨1,중년아주머니1, 야채파는 아저씨, 노가다하다가 쉬는 중년아저씨 2, 택시아저씨1, 예쁜언니1, 함께면접본동생1
로 인해
지친 마음을
꺼내어 쓰다듬어 줄 것이다
이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너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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