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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분 에 물 주 기

생수

by 두치고 2015. 8. 11.

2009년 오스트레일리아의 작은 마을 번더눈은 조례로 세계에서 처음으로 페트병 생수 판매를 금지했다. 번더눈 같은 작은 마을뿐만 아니라 캐나다 최대 도시 토론토도 공원 등에서 페트병 생수 판매를 규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그랜드캐니언을 비롯한 19개 국립공원에서 음수대를 많이 설치하는 대신 페트병 생수 판매는 금지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해 미국 대도시 중 처음으로 시유지에서 페트병 생수 판매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도시가 됐다. 한국에서도 경기도의회에서 최근 조례를 통해 공공장소 페트병 생수 판매 규제안이 논의됐지만, 조례 제정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환경론자들은 페트병 생수를 만들고 운송하는 데 물을 포함해 많은 자원이 낭비된다고 지적한다. 생수 판매 규제를 주장하는 시민단체인 ‘밴 더 보틀’(Ban the Bottle)은 미국에서 생수를 담을 페트병을 만들기 위해 한 해 1700만배럴의 석유가 사용되는데, 이는 한 해 차량 130만대를 운행할 수 있는 기름이라고 주장했다. 또 미국인들이 지난해 사용한 페트병 생수가 500억개에 달하는데, 페트병 재활용률은 23%에 그친다고 했다.
생수 업체들은 이런 비판을 의식해 페트병 재활용률을 높이는 캠페인을 벌이고 자연적으로 분해가 되는 친환경 용기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비판론자들은 문제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고 본다. 생수 생산지와 판매지가 지리적으로 먼 경우가 많아, 생수 운송에도 상당한 자원이 낭비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 판매되는 생수의 22%는 외국에서 들여온 것인데, 이 중에는 피지나 히말라야에서 취수한 것도 있다. 또 4년 연속 가뭄에 시달린 미국 캘리포니아주 등에서는 지역의 생수공장에서 하는 생수 취수 자체가 수자원 고갈을 초래한다는 비판이 일었던 적도 있다.
<생수, 그 치명적 유혹>이라는 책을 쓴 피터 글렉은 생수 판매 업체들이 생수를 건강한 이미지로 포장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는 “개발도상국의 수도 시스템의 문제를 생수로 해결하려 하면 안 된다. 생수는 언제나 가난한 이들에게 너무 비싸고, 부유한 이들만 접근 가능한 불평등한 물건이다”라고 말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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