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로 티켓으로 좌석에 편히 앉아 가기를 꾀내어 내린 결단은
22:55분 부산행 무궁화 열차를 타는 것이었다.
그럼, 도착시간도 새벽 4시를 넘기고 할증도 풀리기에
여러가지 석연치 않은 돈을 쓸 일이 없다.
마치 남은 퍼즐을 채우듯이 7호차에서 ㅡ마지막 희망의 칸인ㅡ 1호차 까지로 자리를 옮기다가 결국 열차의 마지막에 다다르게 되었다.
깊은 밤을 질주하는 마지막 칸 너머에는 이따금 남자화장실을 찾아오는 사람들 빼고는 을씨년스럽기까지하다.
이제 갖 20살이 된 듯한 청년이 거꾸로 펼쳐지는 풍경에 매혹되어 창가 가까이 왔다가, 날보고 소리치기도 했다.
"움마야 깜짝이야"
나도 메아리 치듯 외쳐버렸다
"앗, 깜짝이야"
서로 머쓱해 할 겨를도 없이 청년은 도망가 버렸다.
두번째는 청소년으로 보이는 힙합 보이 였다.
그는 나의 건너편 입구에 앉아서 뭔가 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렇다!!!
여기엔 문득 화장실을 찾는 이들을 제외하면 완벽히 고독한 공간이다. 노래를 목청껏 불러도 낡은 기차가 새벽을 향해 달려가는 소리에 묻어갈 수 있다.^^
새로운 역에 도착 하고 문이 열려도 제일 마지막 칸의 뒷 문으로 기차를 타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서 못생긴 뒷모습을 보여줄 각오를 하고 뻔뻔히 계단에 앉아서 '아브라카타브라' 아직 이런 것 하기에 측은하지 않을 나이야. 주문을 외운다.
왼쪽으로 괸 턱이 지려 오른쪽으로 바꾸려던 찰나
이번에 온 아저씨는 역무원 아저씨였다.
"어디까지 가십니까" 묻더니
목적지를 듣고선 가여운 눈을 보인다. 그래서 괜시리 슬퍼졌다. 대전에 도착하면 자리가 좀 날 터라며, 친절히 말씀해 주신다. 입석표를 끊은 사람이 400명이나 되는데 과연 자리가 날까?
ㅡ24년 살아온 스킬을 토대로ㅡ 자리가 나기를 기대 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앉아 있는것이 불편하여ㅡ조금은 바깥풍경을 더 잘 보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마음쓰게 하는 것이 될까봐, 혹은 대전까지 라는 일말의 희망을 안고ㅡ 흔들리는 기차에 몸을 기대어 흔들 흔들.
니힐리즘에 빠져ㅡ니체를 떠올려 보기도 했지만ㅡ 마음도 흔들 흔들. 멜로드라마를 한창 찍고 있는데 갑자기
떡진ㅡ엉클어진ㅡ머리를 한, 그리고 볼이 움푹 패여 광대뼈만 앙상한, 그리고 낡은 체크 셔츠를 입은ㅡ일반적으로 보았을 때 미친 사람 혹은 거지라고 하면 가장 이해가 쉽겠다ㅡ사람이 내 영역을 침범했다.
'쿵쾅쿵쾅'
심장이 미친듯이 뛰었다.
요즘 세상이 뒤숭숭한데 혹시 내가 그 뒤숭숭한 타깃이 되는 것일까. 이 사람이 날 때릴까. 아님 성추행? 그것도 아님 돈 내놔?
그는 잘 알아듣지 못할 그의 언어를 구사 했다. 그는 이곳에 내가 있어서 놀란듯 했다.
그 와중에 이 사람이 어떻게 역무원의 눈을 피해 이 곳까지 올 수 있었는가 생각해 보았다.
방글라처럼 기차 천장에 붙어 있었던 것도 아닐테고, 그렇다면 화장실에 숨어 있었을까? 아님 좀 전 역에서 타, 끝자락까지 이르렀는가? 그것도 아님 설마 티켓을 끊은 걸까?
생각을 정리할 틈도 없이 그가 갑자기 ㅡ질주하고 있는 열차의ㅡ문을 열고 싶어 했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그는 그의 미친 사상 속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은 듯 보였다.
ㅡ그가 미친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이 그를 미치게 만들었을까. 무엇이 내가 그를 미친 사람으로 정의내리게 하였는가. 무엇이 그가 죽음으로 결단내리게 하였을까ㅡ
그러나 다행인건지 문은 굳게 닫혀 영원히 열리지 않을 것 같았다.
문이 열리지 않아 조금은 흥분하기도, 화가 나기도 한 그가
나에게 또 한번 다가와
나는 그 낯선 두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평범한 객실로 도망치듯 돌아왔다. 다행히 빈 자리가 보였고 "이 자리가 비었나요" 물어보니
'빈 자리는 당신의 것' 이라며 기분좋은 미소를 한 아저씨가 날 안심시켜 준다.
나는 미친 아저씨가 문을 열고 죽고 싶어 한다는 걸
역무원 아저씨에게 말할까 말까 고민했다.
나는 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건 미친아저씨와 나만의 비밀이니까.
설사 문이 열린다 한들, 그의 자유를 빼앗을 권리는 내게 없다.
나는 아직도 계속 자리를 옮기고 있다.
언제 이 자리가 제 주인을 찾을지 모르니
새로운 역에 가까워 질 때마다,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불안한 마음으로 '내일로' 향하고 있다.
쪽팔리게
술취한 마냥 콧잔등이 시뻘겋다.
해변엔 그림자도 안들였는데 인사동 광장으로 모이는 햇볕은 잔인하더라. 폼포코 너구리 마냥 타버렸다. 썬크림 발라야 겠다.
지우개 처럼 날 소모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열심히 지워 닳아 버리는 지우개.
스스로 온몸을 던져 지우는 지우개 ㅡ지울수록 사라져 가는 지우개 자신ㅡ
최근 월든을 읽고 있다.
이쁜 옷을 보면 사고 싶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저 옷이 나의 허영심을 키우며 내 소비로 인해 미래에 쓰레기를 하나 더 만드는 것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분명 무국적의 사람들을, 기아에 허덕이는 사람들을 떠올리면 그것은 사치스러운 바램이다. 다행이도 그런 시각을 가지고 옷을 구경하게 되면, 저 옷이 정~~~~~~~~~~~~~~~~말 마음을 끌지 않는 이상 구입하지 않게 된다. 예전의 거품 소비가 좀 고쳐졌길 바란다.
나는 왠만하면 구제가 좋고 또 그 구제가 쓰레기장으로 가는 것 보다는 '재활용'되는 것이 좋다.
찢어진 컨버스도 적어도 졸업할 때 까지는 신고 싶다.
어제 꽤 오랫동안 컨버스를ㅡ 비에 흠뻑 젖은 이 고물이 신발이 아니라 짐이라고 느껴졌다ㅡ버리고 훌훌 날아갈 생각을 했다,,
하지만 단념했다.
내 물건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피곤해서 피토할 것 같다. 하지만 잘 수 없다.
나는 내일로 향하는 내일로 승객이니깐
도착하면 부산이 따뜻하게 안아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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