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6.27 일
달리는 어머니의 초상화에 침을 뱉었고
나는 매혹적인 산허리를 더듬으며 어디즈음엔가 존재할 신이라는 누군가에게 그저 종말을 바랄 뿐이었다. 나에게 선물하는 저주, 그것은 백두산 폭발이라던지 우주의 무슨 소용돌이라던지 아프가니스탄의 수 억달러의 자원을 두고 생길 전쟁이나 다시 발발할 한국전쟁 따위 같은 그런 종말이 아닌 내가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의 종말
길을 가로지르는 횡단보도 속에서 무엇이든 ㅡ어떤 모양을 한 것이든 어떤 색깔을 가진 것이든 어떤 성격의 운전자이든ㅡ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신호위반을 하길 바랬다
예감하건데
내가 간절히 원할 수록 신인가 뭔가 하는 존재는 나의 손을 들어주지 않을 것 같다
소름이 돋는다
난 결코 존재와 나 사이에서, 운 따위를 운운하는게 아니다
그래, 간절히 원해도 이루어지지않는다면 오히려 역효과따위가 생겨버린다면 그때는 국물도 없을 줄 알아 신 이자식아
그냥 나는 단지 내가 생각하는 이상의 죽음을 원하는것 뿐이다
어쩌면 내 헛된 희망이 분수에 넘치는 것이라고 존재는 날 조소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滄海一粟 창해일속을 품은 이른 아침일지라도 작은 새한마리가 희망을 지저귀고 있다. 그와 동시에 8차선 도로의 바람을 거스르고 소음을 일으키는 주범들은 쌩쌩 쾌제를 부르고 있다. 이른아침, 잠이 덜깬 나무들의 하품소리 그리고 두뺨을 넓게 벌려도 성에 차지 않을 굵직한 지렁이가 어디론가 부지런히 나아가고 있는 그런 모습들이 이 쥐뿔도 없는 내가 살아있는것이 가치 있다고 느낄 수 있는 유일한 힘이 되었다. 소탈하게 웃고 잇는 멈추어 버린 시간, 영정 속의 나를 상상하면서
관록을 자랑하는 산들이 사라지는 일이 없기를